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네오50연구소장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극 중에서 성동일은 아내 이일화가 모아놓은 돈을 두고 “이 사람아 한일은행 금리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15%는 된다”며 예금을 권유한다. 국내 금리는 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회사채 3년 우량물 기준으로 20%에 가까웠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하락하며 10% 밑으로 떨어졌다 내려왔다. 또 2014년에는 3%가 붕괴됐고 지난해 말에는 겨우 2%를 유지했다. 올해 은행의 정기 예금 이자율은 1.5%에도 못 미친다. 갑작스럽게 초저금리 환경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인간은 자극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다. 자극의 세기가 최소한의 수준으로 증가해야 기어코 반응한다. 이를 역치라고 한다. 반면 자극이 증가해도 변화가 없는 구간을 실무율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변화의 강도가 증가해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인간이 적응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변화는 많은 부작용을 수반한다. 금리 10%는 금융자산의 운용 전략을 수립할 때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10%가 넘는 금리는 저축만 해도 되는 금융 환경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꾸준한 저축과 근검절약의 실천을 권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금융교육이다. 높은 이자율로 빚을 내서 부동산과 사업을 하면 낮은 위험에도 큰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했다.
10% 이하의 금리 시대에서는 금융상품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 쉽게 알지만 금융상품 투자가 무엇인지 배우지 못한 환경에서 실전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회사채 금리 기준으로 10%에서 3%까지 하락하는 데 1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위험·고수익, 중위험·중수익, 저위험·저수익의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금융투자 상품이 주목받으면서 적립식 펀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어 2014년 이후 도래한 금리 3% 이하의 환경에서는 금융상품에 투자해도 위험은 크고 수익을 낼 기회는 줄어들었다. 고위험·저수익의 시대다. 국내에서 발생한 부실 회사채 사태, 다단계 사기, 크라우드펀딩 불법 거래 등 많은 금융권 사건·사고는 급속한 금리의 하락 환경에 투자자가 적응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금리가 3% 이하인 환경은 ‘지키는 시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본인이 가진 자산 가치를 지킬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표현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내려면 투자 자산의 매수와 매도 시기를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 단순하게 투자 자산을 보유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후 자산을 3%를 밑도는 금리에만 맡겨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