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103일간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 회장과 롯데그룹 모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어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롯데를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으로 키우겠다는 신 회장의 꿈이 10년 이상 뒤로 미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지난 6월 검찰 수사 직후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점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롯데그룹에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투자자금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는 한편 순환출자 고리를 차차 해소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게 신 회장의 복안이었다.
지난해 8월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이후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내놓은 그룹 개혁안의 핵심도 호텔롯데 상장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는 IPO 재개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너 리스크’에 따라 기업 가치가 저평가될 가능성이 있을 뿐더러 호텔롯데 지분 93%가량을 갖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 회장 복귀 때까지 상장 작업을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던 영토 확장의 꿈도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신 회장은 외형 확대 전략으로 그룹을 성장시켜왔고 올해 초에는 아시아 10대 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임직원들에게 제시한 바 있다.
주력 사업군인 유통 분야에서는 벌써부터 경쟁에 뒤처지는 듯한 모습이 나오고 있다. 그러는 사이 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롯데쇼핑의 실적은 매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등이 비자금 조성 창구로 지목되며 수사선상에 올라 신 회장이 복귀하더라도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최근 시황이 좋아 호실적을 내고 있으나 언제든 경기가 꺾일 수 있고 미국 엑시올사 인수 등 성장동력 확보 방안이 이미 무산돼 실적 변동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조직문화 혁신도 당분간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롯데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뿌리부터 개선하겠다며 ‘기업문화개선위원회’를 출범했으나 공동위원장인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