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위기 후 혁신은 없고 노동에만 의존해온 경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오로지 노동투입 증가에만 의존해 성장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반면 기술개발 같은 혁신성과의 성장기여도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김주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한국 경제의 생산요소별 성장기여도 비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 경제가 혁신에 속도를 내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것이다. 주력산업이 줄줄이 한계에 봉착하고 저성장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도 그 결과인 셈이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노동력에만 의존해서는 새로운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10년 가까이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금융위기 이후 성장을 주도한 것은 전적으로 취업자 증가에 힘입은 노동투입이었다. 성장기여도가 0.04%(2001~2007년)에서 0.44%(2008~2014년)로 무려 열 배 이상 증가했다. 노동투입 증가가 없었다면 저성장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심각한 것은 혁신성과의 성장기여도가 늘어나기는커녕 하락한 점이다. 혁신성과 등이 포함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는 같은 기간 1.55%포인트 떨어졌다. 한마디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었다는 얘기다. 자본투입에 의한 성장기여도도 추락해 정보기술(IT) 부문의 기여도는 위기 전 0.31%에서 0.12% 수준으로 낮아졌다. IT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 탓이다.

지금처럼 혁신이 이뤄지지 않은 채 기존 산업구조가 고착된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이 어떨지는 자명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신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기업은 도전과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사라져가는 기업가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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