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공공투자는 더민주가 4·13총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 1호로 내걸었던 내용이다. 국민연금이 10년에 걸쳐 100조원의 ‘국민안심채권’을 매입해 임대주택이나 보육시설 등에 투자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 장관들을 국회로 불러 호통을 치더니 이번에는 노동단체까지 활용하는 꼼수를 동원하고 나선 모양새다. 야당은 국민연금의 공공투자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면서 안정적 수익률도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만 한마디로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임대주택 같은 공공시설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힘들뿐더러 국채에 발목이 잡힌다면 기금의 생명인 현금흐름마저 악화시킬 게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과 노동계가 기금 운용에 함부로 개입한다면 애써 지켜온 국민연금의 독립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야당은 대기업 주식이나 해외 투자보다 임대주택이 훨씬 낫다며 투자방향까지 제시해왔다. 여기다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권을 가진 노동계가 공공성이라는 애매한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할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 국민연금이 그나마 선방하는 것도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대체투자를 늘리고 해외에 눈길을 돌린 덕택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은 정치권과 노동계가 툭하면 공공성을 핑계로 국민에게 피해를 떠안기는 행태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자신들의 특권과 이익은 챙기면서 국민의 마지막 노후대비 자금까지 손대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연금탈퇴 조항을 만들어 내 돈을 돌려달라는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