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수익률이 너무 높은 펀드는 화를 부른다

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전략팀장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42.195km를 최소 2시간 10분 안에 들어와야 한다. 이 기록을 100m 단위로 환산해보면 18초 정도가 나온다. 굳이 마라톤을 예를 들지 않더라도 1,500m 중거리 경기에서 메달을 따려면 100m를 15초 정도에 뛰어야 한다. 중·장거리 육상 경기를 100m당 10초대로 뛰게 되면 아마 500m도 못 가서 경기를 포기하거나 몸에 무리가 와서 부상당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상식이 투자할 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가 펀드를 고를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는 수익률이다.

요즘처럼 평균 투자 기간이 짧아졌다고 하더라도 1주일이나 한 달 동안 자산을 보유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투자자가 펀드를 고르는 방식을 보면 마치 투자를 1~2개월하고 그만둘 것처럼 보인다.


사실 시장 대비 과도한 초과 이익을 거두는 펀드는 의심부터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1년 동안 주가지수가 5%밖에 오르지 않았는데 수익률이 40%가 난 펀드에 너무 많은 돈이 몰리는 때가 있다. 이런 펀드는 지난 1년 동안 엄청난 수익을 낸 만큼 큰 위험을 부담해 운용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는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다. 관심도가 떨어질 때쯤 다시 ‘몰빵 투자’로 단기 고수익을 낸 다음 이를 바탕으로 단기간 내 막대한 돈을 투자자로부터 끌어모은다. 그리고 1년 뒤 펀드 수익률을 보면 시장 대비 30% 초과수익률이 아니라 몰락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 같은 실패 사례가 펀드 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실수를 언제까지 반복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제 국내 펀드매니저도 변해야 한다. 시장이 좋을 때 많이 벌고 하락 시점에는 많이 잃는 패턴은 이젠 한계점에 이르렀다. 수십 조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운용하는 유명 해외 펀드는 주식시장의 하락 참여율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주가가 올라갈 때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 떨어질 때 손실이 덜 내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셔웨이 회장이 늘 강조한 철학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원칙, 돈을 잃지 마라. 두 번째 원칙, 첫 번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마라”

물론 대부분 운용사와 펀드매니저는 본연의 투자 철학을 지키며 긴 안목으로 투자하고 있다. 다만 손뼉도 맞장구를 쳐야 소리가 난다. 실패는 일부 펀드매니저의 잘못된 투자 전략과 실적에 몰린 판매사 직원을 비롯해 과욕을 부린 투자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자본시장의 장기적인 활성화를 위해 시장참여자 모두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