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대형 M&A 장터 생긴다

"투자유치·해외 진출로
국가재정 건전성 높이자"
국부펀드, 국영기업 민영화
간판기업 비나밀크 지분 45%
내년까지 매각 완료 방침
사이공비어·바오민보험 등
11개 업체도 내다 팔기로

사진=비나밀크 홈페이지
베트남 하노이 시내 모습/사진=블룸버그통신
매력적인 내수시장과 성장잠재력으로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에 대규모 인수합병(M&A) 시장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가 국가재정의 건전성 확보라는 목표 아래 국영기업 민영화에 나선데다 국부펀드인 베트남투자청(SCIC)이 적극적인 기업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해외 투자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SCIC가 베트남의 대표 기업 중 한곳인 비나밀크(베트남 유업) 보유지분 약 45%를 오는 2017년까지 완전히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SCIC는 비나밀크 외에 11개 국영기업도 내년 말까지 민영화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800여개에 달하는 국영기업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민영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시작한 올 1월부터 7월까지 60여개사 주식 2억3,300억달러어치를 매각했지만 비나밀크와 같은 대형 우량기업 지분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비나밀크가 베트남 유제품 시장의 40%를 차지한 1위 기업이며 연 배당금만도 1,000억원에 달하는 알짜기업이지만 경영 효율화와 신속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영기업 간판을 떼는 것이 낫다는 베트남 정부의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주요 외신이 SCIC 보유지분의 10%를 9억달러에 매각한다는 내용을 전했을 때보다 매각 규모가 훨씬 커진 셈이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JP모건체이스와 HSBC·노무라 홀딩스 등 M&A 시장의 굵직한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투자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가 비나밀크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캄보디아에 공장을 신설한 비나밀크는 내수시장에서 탈피해 인근 동남아 시장 점유율 확대는 물론 중동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국영기업이라는 한계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마이 키우 리앤 비나밀크 최고경영자(CEO)는 “외자 100%를 지향한다”며 “정부가 보유주식을 내놓는다면 해외진출 기회도 지금보다 넓어지고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공비어(사베코), 하노이비어(하베코) 등 베트남 국영 맥주업체들에도 해외 투자가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공비어의 경우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기린홀딩스, 벨기에 안호이저부시인베브, 태국 음료회사 PCL 등이 인수의향을 보이고 있다. 하베코는 이미 지분 20%를 보유한 덴마크 칼스버그가 추가 출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사베코와 하베코의 몸값을 각각 18억달러(약 2조205억원), 4억500만달러(약 551억원)로 추정했다.

이 외에도 바오민보험과 베트남국가재보험·하잔광물기계·베트남부동산인프라·사잔수출입 등 각 분야의 주요 국영기업 주식도 매각 대상에 올랐다.

한편 베트남은 세계에서 14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약 9,300만명)이며 2020년께 인구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8년간 베트남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가 넘어 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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