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투자자라면 각종 글로벌 금융 이벤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여러 예측이 난무했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21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당장 회의 결과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올해 남은 두 차례의 FOMC 정례회의 중 금리 인상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22일 일본중앙은행(BOJ)은 금융정책회의를 통해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이상의 장기금리를 0% 기준에 맞춰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주식시장도 이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 6월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선거의 결과를 맞췄다고 해도 이후 시황 예측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벤트 결과 예측도 어렵지만 그것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투자 결정을 좌우하는 이벤트의 결과를 비교적 정확히 맞히는 전문가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 투자자는 그렇지 못하다.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과 분석능력의 차이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인식하는 순간 일반 투자자는 좌절하게 된다.
이럴 때 적립식 투자의 원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수익률을 여러 가지 경우의 수로 계산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서 시작해 8년 동안 줄기차게 하락한 뒤 400선을 찍고 마지막 2년 동안 겨우 1,000선으로 올라왔다고 가정해보겠다. 같은 기간 매월 10만원씩 코스피를 추종하는 인덱스(지수 연동)펀드에 투자했다면 1,390만원이 된다. 최종적으로 16%의 이익을 거둔 셈이다. 또 코스피가 2,000선에서 시작했지만 5년 동안 폭락, 400선까지 떨어졌다가 5년 동안 다시 상승해 2,000선을 회복됐다고 가정해 보겠다. 매달 10만원씩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원금을 되찾는 시점은 6년 6개월 뒤가 된다. 만기 10년을 꼬박 채운 투자자라면 무려 101%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이처럼 지수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만 가지고 있다면 적립식 투자는 시장 예측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머피의 법칙이 작용해 투자하자마자 지수가 줄기차게 하락해도 생각보다 빠르게 가격이 회복된다. 하락 기간이 길다는 생각이 들어도 짧은 상승세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적립식 투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물론 만기가 다가올수록 자금 규모가 커져서 지수 변동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돌발상황에 대처가 느린 일반 투자자라면 덩치가 불어난 자금을 적절히 배분해 수익률을 지키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