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화·체육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업들이 한류 덕을 보면서 문화사업에 기여한 게 뭐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뭔가 해야 하지 않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스포츠 재단은 기업 의견을 모아 (내가 낸) 아이디어로 설립된 것”이라며 “내가 창조경제혁신단장을 맡고 있어서 안종범 수석과는 수시로 만나고 통화를 하는데, 두 재단의 설립이 거의 결정 났을 때 알렸다. 안 수석은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열심히 해달라는 격려를 했었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한류 문화와 스포츠를 통해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차례로 출범했다.
미르 재단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16개 주요 그룹에서 486억원을, K스포츠 재단에는 19개 그룹에서 288억 원을 출연했다.
야당은 800억 원 가까운 거액의 출연금이 한순간에 모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재단 설립 신청 하루 만에 허가를 내준 것은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사회적 필요성이 공감되고 논의 과정만 마무리되면 모금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며 “과거 천안함 성금도 사흘 만에 170억 원을 모았고, 1천억 원이 넘는 세월호 성금도 짧은 기간에 모금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두 재단 설립에 각각 300억∼400억 원씩을 모을 계획이었는데, 미르 재단은 더 많이 모금됐고, K스포츠 재단 쪽은 그보다 적게 모인 것일 뿐”이라며 모금 과정이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재단 설립을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허가해 준 것은 사전에 충분히 취지를 설명했고, 출연 기업들도 삼성 등 믿을 만한 대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이사장 선임 과정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경련은 과거에도 기업기술금융이나 에너지관리공단, 바이오협회 등을 주도해 만든 뒤 더이상 관여를 하지 않았다”며 “두 재단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이 출범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이사장과 일부 이사진이 교체되는 등 내홍을 겪자 전경련은 추광호 산업본부장과 이용우 사회본부장을 각각 이사로 파견해 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두 본부장은 재단 쪽에서 요청해서 비상근 이사로 파견하게 된 것”이라며 “파견 본부장들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