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것이 민간건축물의 내진 설계·강화 법안이다. 2009년 내진성능 평가 및 보강을 한 건축물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건축주 부담 증가를 이유로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2년 뒤 같은 내용의 법안이 다시 발의됐지만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가 최근 내진성능을 보강한 민간건축물에 대해 지방세 감면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6년 전에 발의됐던 내용과 크게 다른 게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시설물의 내진실태조사·보강 방안, 지진대피소 지정·관리 및 학교 등을 대상으로 한 대피교육 역시 2011년 발의됐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에는 정확한 지진 관측을 위해 장비점검을 전문기관에 맡기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됐으나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재발의해야 할 판이다.
국내 민간건축물 중 내진 설계를 한 건축물은 6.7%에 불과하다. 대부분 지진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법안들이 미리 충분히 논의돼 입법화됐다면 지금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었다. 지진보다 더 불안한 것이 지진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이라지만 국회도 마찬가지다. 입법 무능의 국회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정부 눈의 티끌만 나무라는 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