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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특유의 진솔하고 소탈한 화법이 대화를 이끌어냈다. 참석자들은 농업 문제부터 농협의 현주소, 금융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토로하기 시작했다. 조합원 중심으로 진행되는 문화·의료지원·장학사업·교육 등을 확대해서 이제는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나자는 한 참석자의 발언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금세 끝날 것 같았던 토론은 그렇게 다음날 오전5시에 끝났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처음에는 당황했고 경직되기도 했지만 농협중앙회의 역할을 다시 곱씹어보게 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 취임 6개월 만에 농협에 작은 변화가 하나씩 시작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내부의 소통이다. 김 회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농협에서 처음 이뤄진 행사가 또 있다. ‘조합장 컨퍼런스’다. 지난달 전북 군산 새만금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는데 농·축협 조합장 400여명이 참석해 농업과 농촌이 처한 현실에 대한 극복 방안 등을 토론했다. 이뿐 아니다. 6월16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중앙회 각 부서 및 NH농협금융지주·NH농협은행·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 등 계열사 지원 300명이 참석, 직원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토론에 참석한 한 직원은 “격의 없는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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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포복을 하던 김 회장이 22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간의 준비과정을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농협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회장은 “비효율적인 조직을 다시 개편해 중복 기능을 통폐합하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협중앙회) 사업이 분리된 후 중복된 기능 때문에 직원 수가 1,032명 늘어났다. 1차 농협중앙회 조직 개편을 시행한 바 있지만 연말에 조직 개편을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직 효율화를 위한 컨설팅을 최근 마무리하고 실무 검토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일하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사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면서 “직급별로 2~3개월에 걸쳐 진행했던 인사 기간을 1개월 이내에 조기에 완료해 농업인 지원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농협무역이라는 회사가 있음에도 비료·농약·사료·목우촌 등 모든 회사들이 스스로 수출과 수입 업무를 해 효율성과 시너지를 못 내고 있어 전부 불러다 책상을 치우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쌀을 파는데 조합장들이 전국 매장을 다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며 “농협양곡 회사가 만들어졌으니 농협양곡 회사 하나로만 와서 전국 매장에다 자기들이 팔면 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해 겨우 해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농산물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종자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사과는 크기가 작고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것이 보편적인데 우리나라 사과는 너무 크기가 크고 달콤하기만 해서 안 팔린다”며 “그러다 보니 대만의 경우 수출되는 사과의 90%가 일본산이고 우리 것은 아예 들어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