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국민연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피해보상을 위해 해당 기업에 개별 소송전을 벌이는 데 이어 집단소송제 도입까지 촉구하고 있어 투자 기업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금운용본부 실무진 사이에서는 사회적 책임투자가 의무조항이 아닌데 굳이 주식 투자 비중 축소에 나서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2011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사망한 사람이 701명(환경운동연합 발표 기준)에 달할 만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해당 기업들이 재무 악화로 향후 투자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강면욱 국민연금 본부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 본부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논란이 된 기업들을 직접 방문하거나 관계자들을 만나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대응방안을 묻는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장 큰 논란이 된 영국 기업 옥시에 대해서도 사태 수습과 관련해 예의주시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라케시 카푸어는 21일(현지시간) 영국 본사를 찾은 국회 가습기 살균제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피해자 가족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한국 소비자들께 건강상 고통과 사망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뒤늦은 사과를 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의 주식 투자 비중 축소는 향후 국내 위탁운용사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 조정이 상대적으로 쉬운 직접투자 비중을 줄였지만 이번 조치가 다른 위탁 운용사들에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주식의 경우 국민연금이 기존에 보유한 지분보다 최소 10% 이상씩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