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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무기가 ‘신기술’이었을까.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제4회 미래컨퍼런스에서 제2 주제 강연자로 나선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의 대답은 “노(no)”였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연구개발(R&D)이 혁신으로 이어지고 이게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선형적 사고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기술 선점이 아니고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성공비결을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의 게임의 법칙을 두고 ‘모든 산업의 IT 산업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은 이미 구글이 다 가져갔고 빅데이터도 선점하는 회사들이 있다”며 “모든 산업에서 정보기술(IT)로 인해 한꺼번에 변화 프로세스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이 이끌고 있는 이 같은 사회변화가 ‘폭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에는 테슬라 전기자동차 ‘로드스터’가 11만달러였는 데 내년에 나오는 모델3는 3만5,000달러에 불과하다”며 “기술 발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AI나 3D프린터, 자율주행차 등 정부가 기술개발 육성책을 내놓고 있는 분야별로 접근해서는 이 같은 변화상을 따라잡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은 곧 빅데이터 기술이다. 빅데이터가 없으면 인공지능은 (아무것도) 못한다”며 “뱅킹, 물류 배달, 자동차 산업도 역시 IT 산업화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기술개발을 첫발로 하는 산업별 육성책을 펴고 있다는 점. 박 센터장은 “우리가 잘하는 게 기술 변화로 제품을 개발하는 케이스이고 이게 바로 삼성의 길이고 국가적인 길이었다”며 “이미 공개 돼 있는 기술을 통해 시장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 즉 게임의 법칙을 이해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우버나 에어비앤비의 길”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이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행열차’를 놓쳤다고 단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열차를 놓쳤다. 중간 정차역에서 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우리가 부담해야 할 것을 자식 세대에 전부 다 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극단적으로 말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 개별 산업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은 무엇보다 정부가 혁신을 낳는 제도를 만드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인지 능력상 기술발전이 빠르더라도 사회 변화는 십수년 뒤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제도를 바꿔 이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장의 역동성을 정부가 이길 수 없음에도 자꾸 답을 내놓으려고 하는 게 문제”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와 제도 혁신을 통해서 ‘위너’를 나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