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바이크]<30회>바이크와의 이태원 프리덤

요즘처럼 좋은 날씨엔 질리도록 바이크를 타야 하건만, 저는 이 아까운 가을 주말에 라이딩에 소홀해졌습니다. 이젠 제 울프 클래식이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멀리 가기도 귀찮아서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입니다.

이런 경험을 살려서! 이번 두유바이크는 바이크와 함께 하는 핫플레이스 방문기로 준비했습니다. 어디냐구요? 바로 프리덤이 넘치는 이태원!! 이태원은 차로 가려면 주차 걱정에 벌써부터 심란해지지만 바이크라면 OK죠. 고배기량 헤비급 바이크라면 덜 추천이긴 하지만요.

저는 이날 이태원에 음악을 들으러 갔습니다. 요즘 이태원엔 음악 듣기 좋은 곳이 두 군데 있거든요.

첫 번째 장소는 아이리버에서 만든 고품격 음악감상실!! ‘스트라디움’입니다. 엄청나게 비싼 오디오 기기로 고음질을 즐길 수 있다죠. 클래식, 팝, 가요, 재즈(가요는 조금 적긴 합니다) 등 장르도 다양합니다. 인터넷 후기를 보니 “조성모의 가시나무가 이토록 감동적인 노래인 줄 몰랐다”는 평이 띄어 더욱 기대가 됐습니다.

전 이 길을 종종 지나치면서도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외관을 보면 그럴 법합니다. 뭐 하는 곳인지 알아보기 힘들게 생겼거든요. 스트라디움 홈페이지보다는 SK텔레콤 블로그(클릭)에 설명이 잘 돼 있더군요.

왠지 문 열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경건한 외관/사진=SK텔레콤 블로그
하지만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린 곳입니다. 입장료 만 원만 내면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4층 폴바셋에서 커피도 한 잔 홀짝일 수 있죠.
우선 일층.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탐색해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참 잘 만들어놓은 포스가 풍기는 가운데(?), 잘 살펴보니 시대별로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리버의 고급 제품인 아스텔앤컨 플레이어로요.

조악한 사진 언제나 죄송합니다(…)
빈 자리에 착석한 저는 개뿔도 모르지만 왠지 있어 보이는 밥 딜런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웹서핑이나 하며 건성건성 시작했는데, 점점 폰을 내려두고 온전히 곡에 몰입하게 됐습니다. 음질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평범한 막귀라서요. 그보다는 이렇게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게 얼마만인가 싶었습니다. 중학교 때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를 수백번씩 되감아 들으면서 행복해하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들으면서 감성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신해철님 왜 가셨어요…. 자리를 옮겨다니며 듣다 보니 종종 헤드폰 접촉불량인 기기가 있었는데, 조심조심 이용해야겠단 생각이들었습니다.

지하1층은 더 아늑합니다. 저는 자리가 없어서 이 곳에서는 앉지도 못했지만, 붐비는 시간대가 아니라면 한산할 것 같더군요. 저 움푹 파인 공간에는 커플들이 잔뜩!

사진=스트라디움 홈페이지
이밖에 특정 장르의 음악을 밀실(?!)에서 원없이 들을 수 있는 뮤직룸,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연장 등도 있습니다. 저는 오후 4시~7시 사이에 방문했는데 이 때가 피크타임인 듯합니다. 다음엔 주말 오전, 아니면 혹시 평일에 쉬는 날이 생기면 가봐야겠다 싶더군요.


건물 앞 주차장이 빈 틈을 타 저의 울프도 인증샷 한 방 찍어봅니다.

이번 두유바이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블링블링하게 등장하는 울프 클래식


스트라디움에서 한껏 힐링한 저는 거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바이닐&플라스틱도 들렀습니다. 현대카드가 만든 이 곳은 무려 LP 전문 음악감상실 겸 매장입니다.

이 곳도 만만치 않은 간지
LP를 직접 들어볼 수도 있고, 살 수도 있죠. 포터블 LP 플레이어라든가 스피커 같은 관련 상품도 진열돼 있습니다. 전 LP도 다른 오디오기기도 잘 모르지만 정말 예쁘고 비싼(…) 물건들이 많아서 탐나더군요.

원하는 LP를 가져다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바로 옆 건물은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인데, 이 날은 시간이 너무 늦어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현대카드 갖고 계신 분들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LP판이 무지하게 많아서 하루종일 죽치고 들을 수 있다더군요. 일단 건물부터 너무 예뻐서 잠시 구경하다 왔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의 문화생활을 마치고 인근 피자집을 찾았습니다. 대로변의 큰 식당은 피하는 편인데 친구가 추천해 준 이 곳은 오랜만에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더랬죠. 전 한창 핫했던 부자피자도 몇 년째 못 가봤는데 이 집도 정말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핫한 헬카페. 한번 시원하게 들러봤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사진=네이버 거리뷰
이상, 놀고 먹으면서 살아도 정말 할 일이 많겠구나(…) 싶었던 하루였습니다. 바이크와 함께면 어디든 주차나 길막힘 걱정 거의 없이 편하게 놀러다닐 수 있어서 좋구요. 그래서 전 요즘 친구를 만날 때 언제나 청바지 차림에 머리가 눌려 있다고 합니다.

라이더 여러분 모두 멋진 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 번 두유바이크에서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