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철도종합시험선로 제5터널의 암벽에 조임쇠를 박아 넣고 칼날 역할을하는 와이어 줄을 연결해 구동장치가 빠른 속도로 줄을 잡아당기거나 늘리고 있다. 돌이 깎아지면서 암반의 틈새가 만들어진다./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화약을 터뜨려 지하터널공간을 뚫는 기존 방법은 소음 진동문제로 인근 주민들이 불편했습니다. 이제는 소음과 진동을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기술로 안전하게 터널 공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안성권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
지난 22일 충청북도 오송역 인근 오송 철도종합시험선로 제5터널. 터널 입구에서 30m 걸어 들어가자 아직 뚫리지 않은 거대한 돌벽이 눈에 들어왔다. 벽면 상단에 조임쇠가 박혀 있고 칼날 역할을 하는 와이어 줄이 조임쇠와 연결돼 암석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다. 땅 위에는 줄의 길이를 조절하는 도르래가 장착된 구동장치 두 대가 작동하고 있다. 이게 바로 ‘터널굴착용 와이어쏘’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인공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와이어 줄로 돌을 깎아가면서 암반의 틈새를 만드는 기술이다. 지구 상에서 다이아몬드가 가장 경도가 높다는 점을 바탕으로 한다. 콘크리트를 절단할 때 쓰이는 줄 모양의 다이아몬드 공구인 다이어쏘를 터널 굴착용에 적용한 게 기술의 핵심이다.
인공 다이아몬드 줄이 암벽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돌벽을 깎아 틈새를 만든 후 최종적으로 화약을 사용해 공간을 뚫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화약으로 발파하는 공법보다 진동을 50% 가량 줄일 수 있다.
안 박사는 “지방에서는 터널 공사로 인한 진동이 가축 사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공사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축사가 있는 지역이나 소음에 민감한 도심밀집지역에서 공사할 경우 해당 기술로 하는 게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운주산 자락에 위치한 오송 제5터널 외에도 제3터널, 김포 도시철도 공사에 해당 기술을 시험하며 기술력은 입증됐다.
암반 내 작은 구멍에 발열팽창 재료를 넣고 800도 이상 고온의 열을 투입하면 재료가 20~30배 팽창하면서 암반이 파쇄된다.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아울러 이날 철도연은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부피가 약 20~30배 팽창하는 발열팽창재료를 암석 틈새에 넣고 파쇄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와이어쏘 기술과 달리 해당 기술은 화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진동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도심밀집지역 공사, 터널 확대 공사 등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철도연은 예상하고 있다.
안치형 철도연 박사는 “기존에 무진동 암반 파쇄 방법인 유압식의 기름 대신 전기를 사용한 방식”이라며 “유압식 공법 등에 비해 30~50% 이상 공사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두 기술은 3년 전 연구원 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채택돼 연구가 시작됐다. 약 23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철도연은 국내뿐만 아니라 철도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동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기술이 시장성을 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터널굴착용 와이어쏘 기술의 국외 특허를 출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종호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회장은 “작업과정 자동화, 부품 내구성 향상 등 기술 보완이 필요하다”면서도 “진동을 적게 발생해 지반을 덜 교란시켜 터널의 안전성을 더 높이는 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오송=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