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042660) 사옥(사진) 매각이 법정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대우조선해양의 일방적인 매각 협상 종료 통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람코는 그 동안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인수 노력을 기울여 온데다 매입 무산 시 투자자에 대한 회사의 신뢰도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법적 조치까지 취할 방침이다.

25일 코람코는 대우조선해양 측의 협상 종료 통보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사옥 매매 협상기한은 매도자와 매수자 측의 합의 하에 오는 10월 23일까지 연장되었으며, 매도인은 독점적 협상기한까지 당사를 제외한 제3자와 일체의 매각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며 “투자자 모집이 완료되어 협상 기한 내 거래종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협상 종료를 통보하고 제3자와 매매계약을 진행함으로써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람코는 지난 5월 23일 대우조선해양 사옥 매매를 위한 독점적 협상자로 선정됐다. 독점적 협상기한은 당초 8월 23일까지였으나 코람코는 양사의 합의 하에 기한을 두 달 연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람코는 그 증거로 지난 8월 23일 이후 대우조선해양과 20억원에 달하는 이행증거금을 환불이 안 되는 조건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는 등 양사가 적극적인 매매 협상을 벌여왔다는 점을 들고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3일 코람코가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각 협상 종료를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코람코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장과 달리 투자자 모집이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반박했다. 윤장호 코람코자산신탁 이사는 “전체 1,750억원의 매입 대금 중 지분 투자 금액 530억원에 대해서는 투자자 모집이 완료된 상태이며, 나머지 1,070억원의 대출 중 일부는 이달 말 금융기관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코람코와의 협상을 파기하고 캡스톤자산운용과 새로운 협상을 시작한 것은 캡스톤이 제시한 임대차 조건이 코람코 보다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캡스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격은 1,700억원으로 알려졌다. 코람코 보다 50억원 정도 낮은 가격이다. 하지만 코람코는 대우조선해양이 최장 7년 간 임차하는 조건을 내건 반면 캡스톤은 임차 기간에 특별한 조건을 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한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장기 임차 조건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캡스톤이 외국계 투자자인 오라이온으로부터 투자확약서(LOC)를 받아 제출한 점도 대우조선해양이 매각 협상 상대 바꾼 이유로 보인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코람코 측의 주장에 대해 “지난 8월 23일 협상기한이 종료된 이후 매매가격 조정과 협상기한 연장에 대해서는 코람코와 합의를 했지만 이행증거금을 환불되지 않는 조건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코람코가 확답을 주지 않아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한시 바삐 매각을 완료하기 위해 코람코와의 협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