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올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적표를 주주들에게 선보였다. 지난 1·4분기 5,4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데 이어 2·4분기에도 5,8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특히 2·4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30% 이상 넘어서는 호실적이었다. 4월에는 현대증권도 인수해 비은행 계열사 라인업도 강화했다. 당시 현대증권 지분 22.56%를 1조2,400억원에 인수한 것과 관련해 고가매입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8월 KB금융이 주식교환을 통해 현대증권을 100% 자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한 뒤 이 같은 의견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염가매수차익만도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면서 신한금융지주와 당기순이익 격차도 크게 줄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사 간 당기순이익은 연간 6,000억원가량 발생하고 있지만 앞으로 2~3년 뒤에는 KB금융이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던 KB금융 앞에 최근 커다란 장애물이 나타났다. 윤 회장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정치 논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 KB금융은 과거 ‘모피아’ 출신의 낙하산 인사인 임영록 지주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이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충돌해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됐었다. 윤 회장이 현재 은행장직을 겸직하며 내분을 극복했지만 청와대 등 정치권에서 최근 특정인사를 은행장으로 임명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또다시 권력다툼의 폐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면서 KB금융이 과거 위상을 되찾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정치권 인사가 다시 낙하산으로 올 경우 ‘제2의 KB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강성노조인 현대증권 노조와의 갈등도 KB금융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 KB금융은 금융당국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에 맞춰 연말까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양사를 합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만들면 레버리지 규제적용 제외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정책적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자기자본을 확정해야 하지만 현재 현대증권 노조가 인사·급여체계 통합을 두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는 KB금융의 급여체계를 적용하면 현재보다 급여가 평균 6%가량 삭감된다며 집회를 불사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직급과 직위에 따라 급여체계가 변동되는 건 맞지만 일괄적으로 삭감되는 건 아니다”라며 “통합 과정에서 노조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원활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