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난골 인도 또 연기…정성립 사장 두바이로

대우조선 1조 유동성 확보 위해
조기 인도 방안 등 적극 논의할 듯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1조원의 유동성 확보 문제가 달린 대우조선해양의 앙골라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가 당초 합의했던 이달 말에서 또 다시 연기될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 채권단을 상대로 여신 연장 협상을 벌이고 있는 소난골의 자체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소난골 측을 직접 만나 조기 인도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2일 오후 해외 출장길에 다시 올랐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고위관계자는 25일 “소난골이 파이낸싱을 성사시킨다는 전제하에 이달 말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2척을 인도할 계획이었는데 파이낸싱 작업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달 말 인도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드릴십 2척을 6월과 7월 각각 인도할 예정이었지만 소난골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인도가 하염없이 지체되고 있다. 드릴십을 찾아가더라도 급락한 국제 유가 탓에 이를 빌려줄 만한 석유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인도 지연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우여곡절 끝에 소난골이 치러야 하는 잔금 9억9,000만달러 가운데 80%만 받고 나머지 20%는 드릴십을 운영할 특수목적회사(SPV)의 지분을 취득해 향후 상환받기로 소난골과 합의했다. 양사는 드릴십 인도를 이달 30일로 잠정 합의했고 대우조선해양은 21일 이사회를 열어 최대한도를 3,359억원으로 설정한 SPV의 주식 취득을 결의했다.

하지만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가 또 다시 지연될 것으로 보이자 이달 초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상환하면서 잦아들었던 유동성 우려도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당장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은 없지만 소난골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는 이상 대우조선해양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도 ‘시한폭탄’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 갚아야 할 대우조선해양의 단기 차입금은 9,400억원에 이른다.

또 다른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일부 선박에 대한 인도 대금을 조기에 수령하는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유동성을 이미 충분히 조달해놓았다”면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정 사장의 출장 성과에 따라 인도 시점이 극적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소난골이 인도하기로 잠정 합의했던 오는 30일로부터 60일 내에 인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난골이 일종의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던 점을 들어 11월까지는 인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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