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유럽 차량용부품(VC)본부가 최근 실시한 차량용 내비게이션 연구개발(R&D) 경력 채용공고에서 현대·기아차 내비게이션 시스템 이해 및 검증, 현대유럽연구소(HMETC) 대응과 개발 지원, 품질 이슈에 대한 기술검토 및 원인분석 활동 등 현대차와의 협업 내용이 주요 업무로 언급됐다. LG전자는 이전부터 현대차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기를 공급해온 만큼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양사의 협력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현대차와 LG의 끈끈한 공조체제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장사업에서 현대차 외에도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협업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LG전자는 현대차에 전장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공급 외에도 자동차 융합 연합체를 함께 조직해 미래차를 연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의 협력은 최근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1일 업계와 연구기관이 대거 참여해 구성된 ‘전기차-2차전지 융합 얼라이언스’에는 현대차와 LG화학이 함께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와 민간 기관은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1회 충전만으로 400㎞를 달리는 고밀도 전지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올 3월에는 현대차와 LG화학이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에코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LG화학은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그랜저 하이브리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기아차 일부 차종에 계기판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을 공급한 바 있다. LG하우시스도 현대차와 함께 자동차용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올 3월에는 LG그룹 신임 임원들이 처음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을 견학하기도 했다.
양사는 친환경차 시장 육성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협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LG는 구본준 부회장이 신사업추진단장을 맡아 자동차 전장부품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생산 차종의 평균연비를 25% 향상한다는 차세대 프로젝트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을 바탕으로 현재 총 12종인 친환경차 수를 28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의 미래차 관련 협력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동참하면서 미래 친환경자동차 사업협력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이후 LG화학은 곧바로 충북 오창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전기 배터리 공장을 지었으며 2009년 현대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카에 처음으로 첫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했다. 정 회장과 구 회장은 전장 사업 공조를 위해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LG화학과 현대모비스는 2010년 합작사인 HL그린파워를 설립해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팩을 만들고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