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눈높이 낮추는 대학들

대기업 위주 벗어나 중견·중기 채용박람회 열어

바늘구멍 같은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서울 일부 대학들이 대기업 위주의 채용박람회를 벗어나 우수 중견·중소기업 초청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들에 대기업들의 취업설명회가 쏠리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른바 취업 틈새시장을 전략적으로 노리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세종대와 건국대, 숭실대 등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중견·중소기업 취업을 돕기 위해 팔을 걷었다. 이는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맞아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나름의 고육지책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취업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세종대는 다음 달 25일 지역 우수 강소기업 40~50곳을 모아 채용박람회를 연다. 서울 소재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중소기업을 초청한 행사다. 건국대는 이달 초 16개 대기업과 33개 중견기업이 참여하는 혼합 채용박람회를 사흘간 열었다. 앞서 숭실대는 지난 5월 구로디지털단지 입주 기업들과 연계한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성신여대는 동문들이 근무하는 중견·강소기업과 대기업·은행 등을 동시에 섭외한 채용박람회를 올해 5월에 이어 다음 달 26일에도 열 예정이다.

육효구 세종대 취업지원처 차장은 “상반기 동부고용노동지청과 채용박람회와 유사한 행사를 열었는데 지난해보다 행사 진행시간이 절반으로 줄었음에도 900명의 학생들이 몰렸다”며 “초청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인사 담당자 중 일부는 올가을 취업 교과목 강사로 초빙해 학생들 인식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중견·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는 주된 이유로 중위권 이하 대학일수록 대기업 섭외가 어려워지는 ‘취업 양극화 현상’을 꼽았다. 실제로 이달 초 일제히 채용박람회를 가졌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는 참여기업이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했다. 여기에다 대기업이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사실도 각 대학이 중견·중소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변지성 잡코리아 차장은 “대기업이 기존 대규모 공채 문화에서 벗어나 채용 규모도 줄이고 직무별 수시 채용 문화로 점차 바뀌면서 대학들도 무조건 대기업만 바라봐서는 취업률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업 준비생 역시 최근 설문조사에서 취업 기간이 길어지면 선호하는 초임연봉이 감소하는 등 구직 눈높이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중소기업에 대한 학부모 인식 개선에 나선 학교도 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최근 학부모를 초청한 취업 인식개선 설명회를 열었고 단과대 차원에서도 관련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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