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프스테드 호프스트라대에서 열린 1차 대선 TV토론이 끝난 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왼쪽 사진). 도널드 트럼프 후보 역시 토론 직후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헴프스테드=EPA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 1차 TV토론에서는 각 후보들의 토론 태도와 패션에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TV토론 시간 총 90분 중 사회자가 쓴 11분을 제외하면 트럼프가 42분, 클린턴이 37분을 각각 쓰며 트럼프가 말을 많이 했지만 클린턴은 예상했다는 듯 트럼프가 말을 자르며 끼어들기를 해도 미소나 눈빛으로 여유를 보였다.
클린턴은 토론 초반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기 전 갑자기 “도널드 트럼프! 당신과 함께 (토론)하게 돼 반갑다”고 예상치 않게 인사를 해 트럼프는 어리둥절해하며 웃음으로 넘겼다. 클린턴은 하지만 곧바로 트럼프의 감세정책을 겨냥해 ‘조작된 낙수효과(trumped-up trickle-down)’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도 특유의 표정으로 클린턴을 바라보며 “말만 하지 행동은 안 하는 전형적인 정치인”이라며 “2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세상을 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거칠게 몰아세웠다. 트럼프는 사회자가 “왜 당신의 판단력이 클린턴보다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는 이기는 기질을 갖고 있다. 나는 어떻게 이기는지 알고 있다”며 질문의 핵심과 동떨어진 답변을 수차례 고집하는 모습도 보였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사회자의 제지를 뚫고서 장광설에 가까운 발언을 늘어놓자 “오~ 오케이”라고 받아넘기며 트럼프의 발언을 경청했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약 올렸다”면서 클린턴이 트럼프의 사업 파산 경력과 과거 이라크 전쟁 찬성 발언을 기다렸다 재치 있게 공격한 사례로 꼽았다. 또 트럼프가 “당신보다 더 크게 말해 말을 끊어야겠다”고 말하자 클린턴은 웃으며 “내 웹사이트에 가면 트럼프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토론장에 클린턴은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정장을 입고 나온 반면 트럼프는 검은색 정장에 민주당 대표 색상인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토론장에서는 상대방 정당 색깔의 의상을 입고 나온 후보들이 화제에 올라 “힐러리가 빨간색을, 트럼프가 파란색을 입었는데 서로 정당이 바뀐 건가”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날 토론이 열린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호프스트라대에는 두 후보의 가족들이 총출동했으며 TV토론에 앞서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가 등장해 악수한 뒤 상대 가족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뉴욕 = 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