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밤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인근 술집에 모인 시민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첫 TV토론을 진지한 표정으로 시청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열린 첫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글로벌 안보와 통상 이슈에서 정반대의 해법을 제시하며 정면충돌했다. 특히 두 후보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와 북한 핵실험 대응에서 극명한 대립각을 보여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미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서 클린턴 후보는 세력 균형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등의 동맹에 상호 방위조약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켜야 한다”며 “이 선거가 많은 지도자의 우려를 자아냈지만 우리는 약속이 유효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중국에 북핵 책임론=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핵 확산 논란과 관련해서는 클린턴이 공세에 나섰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반복해서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 보유에 상관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며 “핵무기에 대한 트럼프의 무신경한 태도는 문제”라고 공격했다. 한국과 일본·대만 등의 자체 핵무장도 허용하겠다는 과거 트럼프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클린턴은 이어 “트윗 하나 때문에 노발대발하는 자는 (핵무기의) 버튼 근처 어디에도 손가락을 대선 안 된다”며 트럼프의 자질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는 “핵무기가 세계에서 가장 큰 위협”이라며 “중국이 북핵 위협을 다뤄야 한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완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무역협정 “일자리 뺏는다”vs“미국은 나머지 95%와 교역해야”=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검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는 이번 TV토론에서도 “우리 일자리가 도둑질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내세웠다. 그는 “중국이 자신들의 국가를 재건하는 데 미국을 마치 돼지저금통처럼 활용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중국을 도와주는 꼴”이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해왔다. 다만 트럼프는 그동안 수차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던 한미 FTA를 이번 토론에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이라며 “당신은 TPP를 ‘골드 스탠더드’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클린턴을 몰아세웠다. 국무장관 시절 TPP에 찬성하다 선거운동에 돌입한 후 반대로 돌아선 클린턴의 약점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클린턴은 “내가 국무장관 재직 시 미국의 글로벌 수출은 40% 증가했다”면서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은 나머지 95%와 교역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