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더 해달라.” 글로벌 시장에서 물품이 넘쳐나 가격이 하락하는 ‘공급과잉’으로 급속히 경쟁력을 잃고 있는 철강·석유화학 등의 업계에 정부가 던진 경고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급과잉 시장의 특성은 (싸게 팔면) 당장은 돈이 된다”면서 “하지만 쥐가 덫에 놓인 음식에 쥐약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식탐 때문에 먹고 죽는 것처럼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 산업도 쇠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가 ‘제3차 산업 구조조정 분과회의’를 열고 밑그림을 전달한 ‘철강·석유화학 사업경쟁력 방안’도 선제적 사업재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 장관은 “구조조정도 개별기업의 재무 상황만 볼 게 아니라 해당 산업의 큰 방향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며 “이번 방안은 업종별로 산업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설팅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후판설비 감축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경쟁력이 약화된 제품과 설비는 감축하는 대신 가격이 높은 고부가 철강 제품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다. 주 장관은 “범용 철강재 위주에서 고부가 철강, 경량 소재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경쟁열위·공급과잉 품목에 대한 사업재편, 새로운 시장 개척과 친환경·정보기술(IT)을 통한 설비 경쟁력 강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업체들이 후판과 전기로 등의 설비를 자발적으로 줄이고 있지만 앞으로 더 설비를 줄이고 돈이 되는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강한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철강과 유화업계의 재편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정부는 30일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고 업계 재편과 고부가 산업 전환을 위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적용과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업계와 교감을 통해 설비 감축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도 “후발국의 증설 등 공급 과잉 때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며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설비 감축이나 감산, 통합 등의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품목별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한편 대산과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R&D 및 인프라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조선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은 아직 컨설팅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날 회의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조선산업의 수주절벽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컨설팅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