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타운 관계자들이 창업지원기관들과 협의체를 출범시키는 모습. /사진제공=미래창조과학부
# 지난 2014년 대학생 이강준씨는 침대 낙상사고로 아프신 외할머니를 간호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온라인 창업지원포털인 ‘창조경제타운’을 통해 제안했다. 상황·환경에 따라 지팡이 형태와 보행보조기구의 형태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생각해낸 것이다. 이 제품은 온라인 멘토링과 서울혁신센터의 챌린지 플랫폼 사업 등을 통해 제품 인증 및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국민 누구나 창업 아이디어를 제안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민관이 공개 운영해온 창조경제타운이 오는 30일 출범 3주년을 앞두면서 그간의 성과에 대한 ‘명과 암’이 심사대 위에 오르고 있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이씨와 같은 일반 청년도 어엿한 사업가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다만 창조경제타운을 오프라인으로 연계한 벤처보육기관인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일부에서는 운영기관들의 단기 성과홍보 경쟁으로 인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미숙아’ 기업 배출이 속출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적 수치로만 보자면 성과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 대학생·주부 등 일반인들이 창조타운을 통해 3만7,452건의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이중 적지 않은 아이템들이 사업화돼 총 매출 267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투자유치액도 모두 178억원에 이른다. 성공사례가 잇따르자 창조타운 방문자도 급증하고 있다. 2013년 27만여명이던 누적 방문자 수가 올해 9월23일에는 350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창조타운에서 발굴된 우수 창업인들은 벤처보육기관인 전국 17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본격적인 창업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창조센터에 둥지를 튼 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대표는 “창조센터에 입주하면 정책자금이나 투자유치 프로그램, 시제품 개발 등 창업보육업체에서 연락이 많이 오는데 센터에서 추천을 해주면 그런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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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창조센터에 성과중심의 문화가 정착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민간기업과 정부가 함께하다 보니 소위 공무원 문화가 그대로 반영된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해외 인큐베이터들은 각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게 도와줄지를 고민하지만 창조센터에서는 성과를 먼저 내세우다 보니 단기 성과를 위해 짜인 해당 프로그램에 적합하지 않은 입주기업에는 아예 보육도, 지원 프로그램도 아예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혁신센터를 전담하는 대기업 간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스타트업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놓이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성과 위주로 각 기업을 평가하다 보니 지역별 센터에서 서로 많은 스타트업을 배출하려는 경쟁이 붙는다”며 “그러다 보니 센터가 다음 보육 기수를 받기 위해 준비도 안 된 스타트업을 졸업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창조경제를 위한 기관인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성과를 보여주려는 기관인지 의심이 된다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센터별로 지원 수준이 천차만별이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한 센터의 경우 기업들이 안 쓰는 옛날 기술을 이전해주는 정도로 성의 없지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고경모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은 “창조센터별 맞춤형 발전방향을 고민하고 있으며 조만간 창조경제 운영위원회를 열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