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외취업 성공기] ① 한국 떠나겠다는 생각, 현실이 되기까지

'일단 시작하라' 그리고 '적극적으로 탐색하라'

인생을 즐기면서 산다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혹자는 ‘즐기는 삶은 책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면 만족스러운 인생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선택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낯선 땅에서 삶을 개척하는 해외취업자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서울경제는 꿈을 찾아 해외취업에 성공한 1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한국을 떠나겠다는 결심이 현실이 되기까지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그 첫 편으로 이제 막 싱가포르에서 첫 발을 내딛는 20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종합기사 보기▶취업 못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살고 싶어서…12인의 ‘탈조선’ 성공기)

전은미(27)씨는 내달 15일부터 싱가포르의 IT스타트업에서 근무한다. 전씨는 대학 졸업 후 다녀온 해외여행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전은미씨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7살 전은미라고 합니다. 내달 15일부터 싱가포르의 IT스타트업에서 어카운트 매니저(Account Manager)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온라인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에요 . 고객사의 페이스북·유투브·키워드 광고 등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 채널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으로 마케터들이 쉽고 빠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죠.

2. 해외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했던 해외여행입니다. 그 때 ‘세상이 참 넓구나’ 그리고 ‘재밌는 게 너무 많구나’라고 느꼈죠. 외국의 풍경에 취했다기 보다 그곳에서 만난 전세계 여행자들에게 반했다고 할까요. 1년 내내 여행을 한 건 아니고 대학 때 틈틈이 모아놓은 돈을 가지고 3달에 한 번 꼴로 한 달씩 말레이시아·태국·라오스를 다녀왔어요. 말레이시아에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혼자 유튜브로 웹디자인을 터득한 라트비아 출신의 억대연봉 프리랜서와 친구가 됐죠. 17살에 일을 시작했고 부인이랑 2년째 신혼여행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정규과정 없이 스스로 배우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자유롭게 사는 그 친구의 모습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명문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사회적 결혼 적령기 안에 결혼을 하고…한국은 그 길이 정해진 느낌이잖아요. 저 역시 정해진 길을 가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것만이 길이 아니라는 것, 내 길은 내가 만들 수도 있다’라는 걸 깨닫게 된 거에요.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았어요. 뭘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그 당시에는 직업이 전부라고 생각해서 좀 더 신중하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동남아 여행이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어요. 직업은 수단일 뿐 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아, 인생은 저렇게 사는 거야’

3. 한국에서 1년간 근무하셨다고 했는데 이 경험이 해외취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왜 꼭 외국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답은 간단했죠. 행복하려면 일과 가정의 균형이(Work Life balance) 맞아야 하잖아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단 1년이었지만 그 기간 내내 ‘일하기 위해 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죠. 사람의 삶에서 일은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개인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야근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고착돼 있어서 상당한 스트레스였어요. ‘내가 왜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하지. 일할 때 일하고 놀 때는 노는 건 불가능한가’라는 생각에 좌절감이 들었어요. 저는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일하는 문화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회사원은 본인의 시간을 팔고 회사는 그 시간을 사고 그에 합당한 보수를 주는 거잖아요.



전은미씨는 해외취업을 꿈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일단 시작하라”고 말한다. 전씨는 2달 반 동안 매일 ‘하루에 하나씩 지원서 쓰기’를 실천했다. 그 덕분에 꿈에 그리던 직장에 취업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전은미씨


4. 싱가포르에서 취업하기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사실 해외취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학졸업 후 했던 동남아 여행이지만 바로 실천은 못하고 있었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게 된 건 지난 6월에 여름휴가로 다녀온 호주여행 후에요. 일상에 치여서 잊고 있던 그 때 그 결심이 호주여행을 계기로 폭발했어요.

우선 제가 일하고 있는 직군이 어느 나라에서 유망하다고 꼽히는지를 먼저 알아봤어요. 영어와 한국어가 가능하니까 그 중에 한국어가 강점이 되는 나라로 폭을 좁혔죠. 싱가포르·호주·네덜란드로 추렸죠. 그 다음엔 구인·구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LinkedIn)을 적극 활용했어요. 그런데 링크드인에 이력서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시작하기로 한 거죠. 디지털·온라인·마케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링크드인에서 찾은 기업들을 구글에서 일일이 재검색했어요.

온라인 마케팅과 관련된 잡지를 스크랩하고 관련 기사에 올라온 기업은 홈페이지에 꼭 들어가 봤죠. 연봉정보는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해당 회사에 근무했던 사람이 관련 정보를 올리는 방식)를 활용했어요.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많이 축적하는 게 목표였어요. 이렇게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가면서 포트폴리오를 넣었어요. ‘하루에 하나씩은 지원서를 꼭 넣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2달 반 동안 실천했습니다.




5. 해외기업에서 맡게 된 업무는 무엇인가요? 해당 업무와 전공·경력과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는 한국에서 웹사이트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따라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이 경력을 살려서 싱가포르의 IT 스타트업 이직에 성공했죠. 앞으로 일하게 될 곳은 일종의 마케팅 대시보드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온라인 마케팅 채널은 페이스북·유투브·키워드 광고 등 여러 개잖아요. 이 채널들을 엮어서 놓치면 안 되는 마케팅 포인트를 한눈에 보게 만들어 주는 거죠. 사실 저는 이 회사에 인턴으로 지원했어요. 매니저 구인 공고가 뜨지 않아서였죠. 그런데 회사에서 ‘오버(over) 스펙’이라면서 매니저로 일할 생각이 없냐고 제게 메일을 보낸거에요. 한국이었다면 그냥 인턴으로 채용되지 않았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행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전공이 경영학이었으니 마케팅 업무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봐야겠죠. 지금 업무에서 활용하고 있는 코딩이나 웹디자인 전반은 대학 졸업 후에 따로 공부했고요.

6. ‘나만의 해외취업 비결’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생각만 말고 저지르자’. 가장 확실한 비결이에요. 저도 답답해 죽겠다고 말만 하고 1년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7월부터 ‘아무리 귀찮아도 하루에 한 곳씩 지원하기’를 실천했더니 2달 반 만에 제 인생이 달라진 것처럼요. 적극성도 있어야죠. 공고가 뜨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최적의 회사를 찾기 위해 분석해야죠. 사실 채용공고를 잘 살펴보면 모든 내용이 있어요. 채용공고를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씩 읽어보고 어떤 점을 강조할 지 전략을 세우세요.



23살의 최다해(가명)씨는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는 플랫폼 회사에 취업했다. 사회의 첫 발을 싱가포르에서 내딛은 것이다. /사진제공=최다해씨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3살 최다해(가명)입니다. 저는 싱가포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에서 일한지 일주일이 채 안 됐습니다.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된 곳입니다. 저는 한국 물건을 동남아에서 살 수 있게 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신입사원이기 때문에 이제 막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2. 해외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교 3학년 2학기때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었습니다. 첫 번째 해외경험이었는데 국적도 인종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하다 보니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개월간 만난 사람들을 통해 저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이 이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어졌죠. 이후 싱가포르 친구들과 현지에 사는 한국 교민들을 통해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나가기에도 좋은 환경이라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3. 싱가포르에서 취업하기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교환학생을 다녀온 직후부터 싱가포르 취업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졸업 전이어서 현지 산업동향과 구인시장 현황을 조사해보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죠. 그래서 먼저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요. 아무래도 외국인을 채용하려면 비자 문제 등 현지인을 채용하는 것보다 처리할 일이 많고 여러 모로 위험부담이 큰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그 회사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졸업 전 외국계 회사 두 곳에서 각각 6개월·2개월 동안 인턴으로 근무했고 싱가포르의 경제·산업에 대해 틈만 나면 찾아봤어요. 졸업을 앞두고는 본격적으로 링크드인(LinkedIn)을 비롯한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지원서를 내기 시작했고요.



최다해(가명)씨는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나는 왜 해외에서 일 하고 싶은가’ 그리고 ‘얻고자 하는 바가 한국에서는 불가능 한 것인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제공=최다해씨


4. 해외기업에서 맡게 된 업무는 무엇인가요? 해당 업무와 전공과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제가 근무하게 된 회사는 동남아에서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를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된 플랫폼 회사입니다. 전자상거래 사업부에 입사해서 일을 배우고 있어요.
한국 물건을 동남아에서 살 수 있게 하는 중간 다리 역할이라고 보시면 돼요. 어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는데 다양한 진로를 택할 수 있는 전공들이어서 관련성이 아예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전자상거래 시장 생태구조가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배우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도 순발력과 적응력을 가장 많이 강조하더라고요.



5. 나만의 해외취업 비결‘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단순히 한국이 싫어서 또는 막연히 해외생활이 좋아 보여서 도피성 해외취업을 꿈꾼다면 만약 성공한다 할지라도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왜 해외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그게 한국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인지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여전히 ‘해외취업’이라면 확고한 의지와 인내심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저는 부모님이 고액과외를 시켜주신 적도, 어학연수를 보내주신 적도 없어요. 교환학생을 포함해 대학생활 내내 국가 장학금·성적 장학금에 기댔고 싱가포르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그 흔한 해외여행도 가 본 적이 없거든요.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결심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리고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길은 반드시 열릴 거라고 확신해요. 마지막으로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정부·기업 프로그램·박람회를 많이 찾아다니세요.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늘 준비하는 거겠죠.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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