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이 영그는 가을철, 들녘에서는 벼농사가 대풍(大豊)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대풍의 원인은 기후 온난화로 한국이 벼가 자라기 적합한 기후로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유례가 없는 폭염은 벼 생육에 최적의 조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대풍으로 인해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시골에서 벼농사를 짓고 계신 아버지의 주름살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마디로 ‘온난화의 역습’이다.
올 여름을 유난히 더웠던 것으로 기억할 것이다. 서울 지역 8월 날씨는 기상 관측망이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되던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다.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도 기승을 부렸다. 지난 7월 쿠웨이트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54도를 넘었고, 인도도 낮기온이 50도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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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이산화탄소가 주범으로 꼽히는데, 지구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력이 80%에 이른다. 하지만 같은 양을 놓고 보면 이산화탄소는 이산화질소, 메탄, 육불화황 등에 비해 그 위력이 한참 모자란다. 이들 비(非) 이산화탄소는 온난화 능력이 이산화탄소에 비해 21배에서 2만 3,900 배나 크다.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주목받는 것은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내는 메탄이다. 각종 쓰레기의 부패, 동물의 배설물, 소 등 반추동물의 소화과정에서 생기는 트림 등에서 두루 생성되는데,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 깊은 바닷속에 잠자고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녹아 대규모로 방출될 가능성도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490억톤이다. 미국과 중국이 가장 많이 배출을 하는데, 미국은 2007년까지 세계 1위였으나, 2008년 중국이 배출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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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가 거론 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실질적으로 느끼는 피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이상 기후 현상이 급증하면서 이미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상태까지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온난화는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파괴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엘리뇨, 라니냐, 허리케인, 해일 등의 이상 기후가 발생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피해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IPCC는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대비 섭씨 2도 상승할 경우 10억~20억 명 물 부족, 생물종 중 20~30% 멸종, 1,000~3,000만 명 기근 위협, 3,000여 만 명이 홍수 위험에 노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수십만 명의 심장마비 사망, 그린란드 빙하와 안데스 산맥 만년설 소멸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 연구팀은 오는 2050년에는 지구 온난화 영향에 따른 가뭄 등으로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 사망자가 5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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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따뜻해진 해류가 남극 빙하와 계속 접촉해, 전체 빙하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사라지게 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남극의 서부 아문센 해 구역의 빙하가 다 녹으면 지구촌 해수면이 약 1.2m 상승 할 것이며, 이러한 해빙속도라면 아무리 길게 잡아도 수백 년 안에 남극 빙하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에릭 리그노 교수는 해수면이 1.2m 정도 상승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서울 면적의 약 5.5배 땅이 물속에 잠기고, 미국의 경우 뉴욕, 보스턴,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지역 등이 물 속에 잠길 것으로 예측했다.
2070년경에는 빙하가 사라져 북극곰이 멸종 될 것이며 아마존의 열대 우림 복원이 불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2008년 5월 미국 내무부는 북극곰을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로 공식 등록한 바 있다. 지구의 온도가 3.5도 상승하게 되면 생태계의 생물 중 40~70% 가량이 멸종될 가능성이 있다는 UN의 보고가 있다. 멸종되는 생물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의 체계가 깨져 최상위층에 있는 인류의 생존권은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또 요즘 들어 옛날엔 자주 볼 수 없었던 물고기들이 우리나라 해안가에 나타나고 있다. 아열대에서만 나타나던 커다란 해파리가 남해안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북극의 빙하가 계속 녹으면 상선의 통행하는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그 동안 빙하 밑에 잠자고 있던 북극 주변의 지하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각국의 영유권 쟁탈전이 시작 될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 또 다른 자연훼손과 함께 환경문제를 만들게 되는 셈이다.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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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한 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다. 최대한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수력, 조력, 풍력, 태양에너지 등을 활용하거나 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에너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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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을 위한 개인의 실천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겨울철 난방온도는 20도 이하, 여름철 실내온도는 26~28도를 유지하고, 친환경 마크가 있는 제품을 구입하고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도록 한다. 샤워시간을 5분 줄이면 연간 9,500 리터의 물이 절약되고 양치질할 때 물을 받아 쓰면 한 해에 17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또 집안 플러그를 절반만 뽑아도 연간 78kg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된다. 우리 모두 지구를 살리기 위해 물 아껴쓰기, 냉난방 줄이기, 전기 아끼기 등 작은 실천을 소소하게나마 하나씩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문병도기자 d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