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30일 데일리트리뷴 등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8일 베트남을 방문해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 CIA가 내가 죽기를 원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첩보의 출처는 공개하지 않은 채 “CIA가 필리핀에 죽음을 경고하는 것인가”라며 “CIA가 나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표방하며 마약상과 마약 사범 등을 죽여나가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권 문제를 제기한 미국에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며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진행하던 미국과의 남중국해 합동 순찰에 필리핀이 더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양국의 합동군사훈련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진행한 연설에서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지도자의 사례를 들며 미국은 역사적으로 자신들이 싫어하는 다른 나라 지도자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CIA에 대통령 자리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농담조로 비꼬기도 했다.

CIA의 암살 음모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를 언급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미국의 곱지 않은 시선을 알고 있으며 이와 관계없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투자를 유치하는 등 실리적 외교를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