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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인 해양생산설비 사업
1년 이상 공기·1조 넘는 막대한 예산 소요
기술 복잡성 등 품질 기준 맞추기도 어려워
대규모 프로젝트 성공사례 공통점
매니저에 강력한 의사결정 권한·책임 부여
합리적 계약구조에 리스크 대응 선제 관리도
지난 2013년 말 세계 최초의 FLNG (Floating 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가 거제 앞바다에 성공적으로 진수됐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설비다. 이 설비는 중량이 약 20만톤에 달하는데 세계 최대 항공모함도 중량이 10만톤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해양생산설비는 일반적으로 1년 이상의 공기와 1조원 이상의 예산으로 만들어지고 그 복잡성 때문에 정해진 기간, 예산, 품질 기준에 맞게 사업을 완료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최근 한국 중공업 3사의 영업손실 원인이 대규모의 해양생산설비 건설의 공기 지연 등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연일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 관리의 어려움과 비용손실 등의 이슈는 비단 우리나라 회사들만의 이슈는 아니었다. 더 오랜 전통과 성공 프로젝트 경험을 갖고 있는 서구의 회사들도 동일한 어려움을 겪었고 때에 따라서는 회사의 존립에 위협이 되는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었다. 많은 회사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대규모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관리사례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이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정리가 될 수 있다.
첫째, 프로젝트 매니저의의 강력한 의사결정 권한 및 책임이다. 전체 사업은 E(Engineering·설계), P(Procurement·조달), C(Construction·생산/건설)로 나뉘는데 프로젝트 매니저는 강력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으며 전체 프로젝트 손익에 대한 책임이 있다.
둘째, 발주처와의 합리적인 계약구조다. 프로젝트 실패가 발주처에도 큰 손실로 연결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복잡성 등을 고려해 계약방식 등을 타당하게 협의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신중한 관리다. 최근 대형 프로젝트는 사상 최초, 최대 규모인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리스크가 큰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리스크 대응에 합당한 예산 배정을 통해 선제적으로 관리한다.
우리나라 회사들도 대규모 프로젝트 관리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방안을 적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 특징은 우리나라 제조업이 갖고 있는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해양생산설비는 일반 조선산업에 비해 제조업이 갖고 있는 현장 자재관리, 생산관리, 물류관리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제조업에 비해 그 적용이 미미했기 때문에 미국의 대형 건설·플랜트 업체들은 최근 들어 제너럴일렉트릭·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 SCM 혁신사례를 자사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건설·플랜트 산업에서는 진행된 프로젝트 내역을 관리하기 위한 EVM(Earned Value Management)이라는 관리기법이 널리 활용되고 있었는데 이것에 SCM 기법을 적용해 실제 물동의 흐름과 대규모 프로젝트 관리 기법을 연계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관리가 성공적으로 완료된 사례들을 보면 특별한 비법이 있다기보다는 위에 언급된 기본적인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갖고 있다. 규모가 아무리 큰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교과적인 관리 방침에 충실하다면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앞서 예를 든 FLNG 등 성공적인 사례들이 보여주는 교훈이다.
또한 우리나라 제조업이 갖고 있는 제조업 SCM 혁신 역량을 건설·플랜트 글로벌 업체들이 갖고 있던 검증된 프로젝트 관리 기법에 더한다면 현재 겪고 있는 우리나라 중공업 및 건설·플랜트 산업 전반의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