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바이오·제약 업계에 따르면 파기공시 하루 전(9월29일) 임 회장이 마일스톤(단계적 기술수출료)과 관련해 굉장히 힘들어하면서 걱정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선급금만 받고 마일스톤은 추가 임상 성공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받게 돼 있는데 언론이 마치 이만큼(신약개발 성공 때의 총 기술수출료)을 미리 받는 것처럼 얘기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어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미약품 경영진은 지난 9월29일 조찬행사를 열어 계약보다 마일스톤을 잘 쌓자는 내용의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개발 중단 통지를 받은 시점이 29일 오후7시6분께라고 밝혔지만 이는 공식 통보에 불과할 뿐 내부적으로는 계약 파기를 사전에 기정사실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대계약 사안은 24시간 이내에 공시하도록 한 증권시장 규정을 절차상으로는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편법으로 피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미약품이 9월29일 오후4시33분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계약 성사를 공시한 지 불과 17시간 만인 다음날 오전9시29분 베링거 계약 해지 통보를 공개하는 바람에 호재성 공시를 믿고 투자한 개인들이 주가 폭락으로 큰 피해를 당했다.
특히 과거 주가 급등 때는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언론에 책임을 돌린다는 비판도 있다. 한미약품은 여러 대형 기술수출계약을 발표할 때 계약금만 확실히 손에 쥘 수 있을 뿐 마일스톤은 언제라도 부도 날 수 있는 어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형 악재가 터지니 보도 관행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 측은 이에 대해 “계약 재평가 과정을 인지했을 수는 있어도 계약 파기를 미리 알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임 회장이 마일스톤에 관한 언급을 했더라도 이는 일반론적인 얘기로 베링거 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