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모전 출품하면 특허권 뺏기는 창조경제의 현실

최근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등에서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앞다퉈 개최하지만 출품작에 대한 특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경제신문 4일자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실시한 34건의 창업 공모전 가운데 특허권이 보호되기 어렵다며 사전 대비나 주의사항을 공지한 곳은 불과 2곳에 머물렀다.


창업 공모전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한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특허를 보호받지 못해 창업의욕을 꺾거나 법적 분쟁을 촉발하는 등 부작용을 낳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현행 특허법은 공모전에서 공지된 경우 1년 이내에 권리를 주장해도 된다고 예외조항을 만들었지만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학생들이나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게 마련이다. 행여 제3자가 공개 아이디어로 특허등록을 한다면 소송까지 벌여야 한다니 사실상 특허권을 포기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처럼 법적 책임은 수상자에게 떠넘기면서 정작 출품자들의 소중한 아이디어는 보호해주지 않으니 생색내기용 ‘열정페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모전 출품작을 주최 측에서 충분한 보상도 없이 사용하는 행태가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공공기관들은 응모작의 저작권이 주최 측에 귀속된다며 터무니없는 요구를 일삼아 불공정계약 논란을 빚고 있다. 상금과 스펙을 미끼로 창업의욕을 꺾고 소중한 아이디어를 빼앗는 잘못된 관행이 아닐 수 없다.

청년창업이 활성화되자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우대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 공모전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창조경제 무용론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모전이 지적재산권 보호의 산실이 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공모전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바보라는 얘기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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