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 K스포츠재단 기부 기업, 자운영 공익재단에는 일절 기부 없어 '강제모금 의혹'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의 기부금을 낸 기업들 중 정작 자신들이 운영 중인 공익재단에는 한 푼도 기부 안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들의 공익 재단 결산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언급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 재단에 45억을 기부한 롯데의 경우 롯데장학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복지재단 3곳의 2015년 전체 기부금은 4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억을 기부한 한화, 17억 KT, 11억 두산, 10억을 기부한 대한항공의 경우도 지난해 본인들이 운영 중인 재단에는 기부하지 않고 두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바 있었다.

삼성의 경우 9곳의 공익재단을 운영 중임에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계열 공익법인에는 기부하지 않고 두 재단에 각각 55억과 54억을 출연하였으며, 2곳의 공익재단을 운영 중인 SK의 경우도 계열 공익 재단에 기부하지 않고 두 재단에 SK텔레콤과 SK종합화학이 각각 21억 5천만원씩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6곳의 공익재단을 운영중인 LG와 4곳을 운영중인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로 두 재단에 각 30억, 21억을 기부했다.

박 의원은 두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기업들의 2015년 당기순이익을 확인한 결과 절반이 전년대비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연속 적자라고 말했다.

60억을 기부한 삼성전자의 경우 전년대비 당기순이익이 약 2조 3천억이 감소했으며, 28억을 기부한 호텔롯데 면세점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1천132억원 감소, 대한항공과 두산중공업의 경우 각각 4천76억, 4천511억원 순손실로 연속 적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정작 자기들이 운영중인 공익재단에는 기부하지 않고 회사가 어려운 상황인 기업들이 전경련 말 한마디에 두 재단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것은 정권의 눈치를 본 강제모금에 의한 것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두 재단의 설립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비방과 폭로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며 “비정상적인 거액의 모금행위가 누구에 의해 어디까지 개입되어 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