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 한도경 役 정우성 "진저리나는 폭력 이면의 메시지를 봐줬으면

쉼없이 쏟아지는 폭력장면 통해
관객에 일종의 충격요법 선사
일상 속 보이지 않는 폭력 등에
경각심 가지게 되는 계기 되길

영화 ‘아수라’ 한도경 역 배우 정우성.


영화 ‘아수라’
“폭력의 불편함을 관객들이 느끼게 하는 게 작품의 기획 의도예요.”

폭력성 논란에 휩싸이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는 영화 ‘아수라’에서 부패한 형사 한도경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43·사진)은 강약 조절 없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폭력 장면이 불편하다는 지적에 대해 ‘폭력’ 자체가 아니라 ‘폭력’을 만들어 내는 권력과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이는 폭력도 불편한데 보이지 않는 폭력, 폭력을 만들어내는 권력, 그런 폭력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고 관객들에게 묻는 것”이라며 “영화를 보신 분들이 진절머리가 난다고 하는데 그 진절머리 이면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찍으면서 정우성의 괴로움은 상당했던 모양이다. “시나리오를 받고 당황스러웠어요. 저도 모르게 액션 누아르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기다리고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낯선 서술과 낯선 캐릭터를 파고들면서는 괴로웠어요.”

영화 ‘아수라’
영화 ‘아수라’
영화 ‘아수라’
정우성은 ‘아수라’에서 도경의 이중성에 대해서는 감정적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내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애쓰는 한편 외도를 밥 먹듯 하는 표리부동함 말이다. “도경은 아내에게 죄책감이 많은 인물이에요. 얼마나 바람을 많이 피웠겠어요. 외박해놓고 야근했다며 비누 향 피우면서 그냥 들어와서 피곤하다며 잤을 것이고, 그런 걸 아내가 보듬어줬을 테니. 그렇다고 해서 도경이 저지른 악행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죠. 도경은 진짜 나쁜 놈이에요.”

그는 ‘아수라’를 찍으면서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선배로서 황정민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23년 차 배우지만 연기에 대한 집념과 갈증이 여전한 것. 정우성은 “여태까지 내가 배우고 싶고 나를 이끌어주는 선배를 만나지 못했다”면서 “정민 형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라고 말할 필요 없이 필요하다 싶으면 옆으로 와서 붙어 있고 연기 호흡이 좋았고, 그런 호흡을 출연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다.

정우성이 그토록 혼신을 다한 작품이지만 ‘아수라’는 개봉 첫째주 주말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끝내 동 시기 개봉작인 팀 버튼 감독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 순위를 내주고 말았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아수라’는 1041개 스크린에서 7만5764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215만7037명을 기록,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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