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clip]"너 어디까지 팔아봤니?" 진화하는 '중고 팔기'

/출처=‘iphone6s+중고나라’란 이름으로 올라온 유튜브 영상 캡처본


#1. “단 76초 안에, 준비됐나요?”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문구와 함께 아이폰6s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애플 개발자들조차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완벽한 기능 설명부터 유명 광고 회사가 만든 듯한 짜임새 있는 화면 구성까지.

‘눈도 깜빡할 틈조차 주지 않고’ 펼쳐지는 화려하고 현란한 영상에 정신을 빼앗긴 채 이어폰이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을 끝으로 어느새 1분 16초가 지나간다.해당 유튜브 영상 링크

/출처=한 커뮤니티에 중고 판매용으로 올라온 명품 가방 캡처본
#2. “손 끝에 남아있는 눈꽃송이의 느낌으로 가방의 표면을 만져보니 남성의 단단한 어깨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었고 각이 진 바닥과 길들여지지 않은 손잡이는 ‘난 함부로 드는게 아니야’란 도도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깊은 밤 어두운 조명 아래서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읽고 있는 듯 글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중간중간 드러나는 가방 사진과 함께 이어지는 맛깔스러운 글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덧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SNS를 강타한 두 게시물의 공통점은? 정답은 바로 ‘중고 팔기’다.

지난 25일 ‘iphone6s+중고나라’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라론 이 영상물은 일주일 남짓만에 조회수 26만8,513회를 찍었다. ‘명품 가방을 산 이유.jpg’라는 스토리텔링형 글 역시 클리앙 커뮤니티에서 1만건에 육박하는 클릭수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두 콘텐츠 모두 ‘구매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적 마케팅의 성공사례다. 중고 팔기가 지금까지 사진과 가격 등만 올리고 구매자의 선택을 기다리던 천편일률적인 형식을 벗어나 고객을 찾아가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두 콘텐츠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아이폰6s를 쓰고 있는데 영상을 보니깐 하나 더 사고 싶다”, “대단한 필력이다. 빠져든다는 게 바로 이런 것” 등 콘텐츠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중고품 시장은 점점 커지고있다. 이 시장을 잡기위해 보다 눈에 띄는, 기발한 마케팅이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3년 만들어진 중고나라는 올해 4월 기준 일 평균 방문자가 492만명, 등록 중고품이 12만6,000건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접대 골프’가 전면 금지되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8월 중고품으로 나온 골프채는 전년 동기 대비 17배나 폭증했다. 또 상반기 상품권 거래 건수는 전년 대비 27%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큐딜리온’ 관계자는 “중고품은 단순히 거래되는 물건이 아니라 하나 하나 스토리가 담겨있다. 최근에는 판매자들이 스토리를 담아내는 경향이 대세가 되면서 게시글들이 살아있는 콘텐츠가 됐다”며 “중고나라 가입자가 1,480만명 정도인데 개개인이 모두 전문적인 상품중개인(MD)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간 중고품 거래에 뛰어든 페이스북의 움직임도 중고품 마케팅의 진화를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17억명의 회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지난 3일 사용자들이 서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해주는 코너인 마켓플레이스를 오픈했다. 중고품 거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업계에 미칠 파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또 다른 중고 매매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뛰어든 페이스북이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며 “최근 개인들의 SNS를 통한 중고품 홍보가 활발해지면서 눈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 방법은 점점 다양해 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