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기지 않는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악기를 들 수 없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사진). 지난 2010년 기적적으로 무대에 복귀한 그가 무려 15년 만에 새 앨범을 내고 리사이틀 무대에 선다. 새 앨범에서 선보일 음악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비견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이다. 정경화는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 메종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바흐에게 받는 영적·심적 신비함은 어떤 영혼도 달랠 수 있다고 본다”며 “이 앨범이 나왔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소나타 세 곡과 파르티타 세 곡 등 총 여섯 곡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전곡 연주에만 2시간이 넘을 만큼 분량이 방대하다. 다른 악기의 도움 없이 오로지 바이올린의 울림만으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깊은 해석과 높은 기교가 요구되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13세에 미국으로 건너간 후 오늘까지 단 한 번도 바흐를 놓은 적이 없어요. 이 곡의 일부를 녹음한 적은 있지만 전곡 레코딩 앨범은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에서야 내게 됐군요. 실감이 나지 않아요.” 2005년 왼손 검지 인대가 늘어나 그해 가을 공연을 앞두고 은퇴를 선언한 정경화는 2010년 복귀 후 천천히 바흐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2012년 시작한 녹음은 올 6월에야 마칠 수 있었다고.

녹음은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의 ‘성 조지스 브리스틀 교회’에서 진행됐다. 정경화가 최고의 바이올린 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년간 녹음 명소를 찾아다닌 끝에 선택한 곳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정경화의 오랜 파트너이자 그래미상 수상자인 프로듀서 스티븐 존슨이 참여해 이상적인 바흐의 사운드를 완성해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사진=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