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는 남우조연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 유해진이 처음 원톱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다. 포스터에도 과감하게 단독으로 나섰다. 과연 그의 선택이 럭(Luck)이 이 될 수 있을지는 물론 키(Key)로 문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개봉 전부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건 분명 좋은 징조다.
눈빛만 봐도 소리소문없이 사람을 죽여버린다는 성공률 100%의 킬러 형욱(유해진)은 소매에 묻은 핏자국을 제거하기 위해 목욕탕을 찾았다가 그만 비누를 밟고 넘어져 기억을 잃는다. 반면 생활고에 삶의 의욕도 없어 죽기 직전 몸이나 깨끗이 하자며 목욕탕을 찾은 재성(이준)은 형욱의 키와 자신의 키를 바꿔치기하며 이 기회를 빌어 인생역전을 꿈꾸기 시작한다.
누가 뭐래도 유해진의 유해진을 위한 유해진에 의한 영화다. 두시간 남짓 유해진이 얼마나 객석을 뒤흔들지에 초점을 맞췄으나 흐름은 예상 외로 흐른다. 그의 연기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위해 삶고 찌고 굽고 튀길 줄 알았건만, 작품은 푹 고아낸 곰탕같은 맛을 낸다. 단발의 개그보다 묵직한 흐름을 중시한 드라마에 집중하며 잔잔한 가운데 툭툭 튀어나오는 웃음을 무기로 내세운다.
연기의 연자도 모르는 킬러가 액션배우로 거듭나는 과정도 눈여겨볼만 하다. 곤장을 맞는 장면에서 특유의 사투리 섞인 애드리브를 시작으로, 액션 신에서 상대를 직접 때리거나 본인이 맞은 상황에서도 ‘OK에요?’를 되묻는데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전혜빈에게 사랑을 전하는 공포와 감미로움이 뒤섞인 눈빛에서는 ‘그래 이맛이야’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전반기 흥행작의 대다수가 치고받거나 재난, 공포를 앞세운 만큼 장르영화에 지친 관객들에게 ‘럭키’는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이다. MSG 넣지 않은 깔끔한 곰탕의 맛, 유해진은 소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3일 개봉.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