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늑장공시 한미약품 2%P 줄여...사드 직격탄에 화장품주도 팔아

3분기 지분변동 내역 살펴보니
LG생건·대웅제약 등 지분 줄이고
두산·삼성생명·한화손보 등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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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올 3·4분기에 화장품과 제약주를 덜어내고 대형 업종 대표주들을 새로 사들이거나 지분을 추가로 늘렸다. 지난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배치 결정 이후 중국 관련주들과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제약주를 매도해 비중을 줄이며 다소 방어적인 투자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연금은 늑장공시 사태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한미약품을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17만1,210주(1.64%)나 내던지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3·4분기에 삼성생명(032830)과 현대중공업(009540)·현대자동차 등 보험·조선·자동차 업종 대표주를 사들였다.

5일 국민연금이 3·4분기 중 5% 이상 신규 취득 종목을 포함해 지분 변동을 신고한 144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삼성생명·두산(000150)·한화손해보험(000370) 등 9개 종목의 지분을 5% 이상 새로 취득했다. 기존 지분이 5% 이상인 상태에서 추가로 지분을 매수한 종목(신규 취득 종목 제외)은 50개, 지분 일부를 매각한 종목은 81개였다. 국민연금은 전 분기에 지분 일부를 매입한 종목과 매도한 종목이 50여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3·4분기에는 매도 종목이 두 배 이상 많았다. 사드 배치와 갤럭시노트7 리콜 등의 여파로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도 신규 지분을 취득하기보다 기존의 보유종목 비중을 줄여가며 보수적인 운용을 한 결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3·4분기에 화장품·제약주를 집중 매도했다. 화장품 대장주인 LG생활건강 지분을 8.21%에서 7.2%로 줄인 것을 비롯해 코스맥스(192820)(12.83%), 한국콜마(161890)(11.34%), 한국콜마홀딩스(024720)(9.77%) 등의 지분을 축소했다. 대웅제약(069620)(7.16%), 환인제약(016580)(4.04%), 녹십자홀딩스(4.03%) 등 제약주의 비중도 1%포인트 이상 줄였다. 국민연금은 전 분기에 일양약품(5.03%), 보령메디앙스(5.01%), 인바디(5.01%) 등 중소형 제약주를 집중적으로 담았지만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화장품·제약주가 급락하자 수익률 방어를 위해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늑장공시로 파문이 일고 있는 한미약품 지분을 9.78%에서 7.10%로 2.68%포인트 줄였다. 8월17일 10만7,855주(1.02%)를 팔아 지분율을 8.76%로 낮췄고 3·4분기 지분변동 내역 공시 마지막 날인 9월30일 또다시 17만1,210주(1.64%)를 매도하며 지분율을 떨어뜨렸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두 번째로 처분한 지난달 30일은 한미약품이 뒤늦은 기술수출 계약 해지 공시로 주가가 18% 넘게 급락한 때다.

국민연금은 3·4분기에 대형주를 사들이며 안정적으로 주식을 운용했다. 국민연금은 두산(6.03%), 삼성생명(5%), 삼성엔지니어링(028050)(5.02%), 한화손해보험(5.02%) 등 업종 대표주를 신규 취득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 가운데 추가로 지분을 늘린 종목 중에서도 대형주가 많았다. 현대차(005380)(8.02%), 대한항공(6.015), 신세계(004170)(1.05%), 삼성전기(009150)(9.32%), 포스코(10.56%), 현대중공업(7.06%), 호텔신라(11.58%), 농심(004370)(12.54%) 등이 대표적이다. /서민우·박호현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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