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5일 “제약 등 기술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공시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제도개편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사는 기술판매 계약을 체결하면 총액만 공시할 뿐 정작 중요한 임상시험 단계별 진행상황은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김 처장은 “기술판매 계약 진행상황 등을 투자자들이 제때 신속하게 파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해 대규모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진 조선·건설 등 수주산업에 속한 기업에 한해 분기별 감사보고서에 사업장별 진행률과 원가변동 내용 등을 상세히 공시하도록 조처했다. 이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공시제도 개편안으로 한미약품 늑장공시 사태를 계기로 삼아 제약사 등 기술기업에 유사한 방식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상장사의 자율공시 사항인 기술계약 체결 사실을 지배구조 변동과 소송제기 등에 해당하는 의무공시 대상으로 바꿔 발생 당일 즉시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장 개장 후인 오전9시29분 지난해 7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8,500억원 규모의 항암신약(올무티닙) 기술판매 계약이 해지됐다고 정정 공시를 냈다. 이후 주가가 18.28%나 급락해 전날 한미약품의 다른 1조원 규모 기술판매 계약체결 공시를 보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은 한미약품의 늑장공시로 주가가 출렁이자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일 현장조사를 벌여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휴대폰 등을 확보한 상태다. 자조단은 한미약품 직원들의 통화 및 메신저 내용 등을 토대로 미공개정보 유출 의혹 및 늑장공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