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재정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총부채는 152조달러(약 16경9,300조원)를 기록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 70억명이 넘는 인구가 1인당 평균 2만달러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빚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GDP 대비 부채비율도 약 225%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 인류가 2년간 창출한 생산액을 한 푼도 소비하지 않고 부채상환으로 돌려도 빚을 청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세계 GDP 대비 부채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20%에 달한 직후 구조조정에 힘입어 215%까지 떨어졌으나 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에 영향을 받아 다시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채증가 속도가 GDP 성장률을 압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IMF는 세계 부채의 3분의2는 민간 부문(가계+비금융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부문 부채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부채는 선진국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가계부채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선진국의 경우 기업부채가 GDP 대비 100%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가계부채 비율은 250%를 넘어섰다. 선진국에 비해 부채 규모가 작은 신흥국에서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20%에 육박해 100%를 크게 밑돈 정부 부문과 기업 부문을 압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자산매입(양적완화)을 실시하면서 가계의 차입과 기업의 채권 발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토르 가스파르 IMF 재정담당관은 “글로벌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특히 과도한 민간 부채는 글로벌 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금융안정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연간 1%포인트 늘어나면 금융위기 발생 확률도 0.4%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