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과서에서 '일본어 투 한자어' 걸러낸다

'○○에 대하여' 교정…교육부, 새 교육과정 맞춰 '교과서 순화지침' 첫 개발

‘∼에 대하여’가 사용된 교과서 예시(도덕 5학년 194쪽)./출처=연합뉴스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여전히 잘못 쓰이고 있는 많은 언어들을 올바른 우리말로 다듬는 작업이 추진된다.

7일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됨에 따라 새 교과서 집필 때 활용할 수 있는 ‘순화어 목록’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18년 초등 3∼4학년과 중1·고1, 2019년 초등 5∼6학년과 중2·고2, 2020년 중3·고3에 적용되는데, 순화어 목록은 이러한 적용 일정에 따라 새로 집필될 전 과목 교과서에 활용된다.

교육부는 현재 정책연구로 현행 교과서에 등장하는 일본어 투 한자어나 표현, 외래어 등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책연구의 중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일본어 투 표현은 ‘~에 대하여’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4학년 도덕 교과서 36쪽에는 ‘인터넷 예절이 중요한 이유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봅시다’, 6학년 도덕 교과서 15쪽에는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삶의 자세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연구진은 이를 ‘인터넷 예절이 중요한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삶의 자세를 생각해 봅시다’로 순화하자고 제안했다.

또 ‘∼으로 인하여’와 ‘∼의 경우’, ‘∼적(的)’도 많이 쓰이는 일본어 투로 지적됐다. 과학 5-2 교과서 31쪽에는 ‘안개나 우박,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인공 강우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인위적으로 날씨를 조절하는 것이 사람과 자연에 해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라고 돼 있다.

연구진은 이 역시 ‘안개나 우박, 태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인공 강우를 연구합니다…사람의 힘으로 날씨를 조절하는 방법은 사람과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로 수정했다. 이밖에 연구진은 ‘할인’은 ‘덜이’, ‘외출’은 ‘나들이’, ‘노트’는 ‘공책’, ‘발코니’는 ‘난간’ 등으로 다듬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일상생활 용어를 바로잡는 데에만 초점을 뒀다. 일본어 투 한자어나 번역 투에서 온 교과서 속 수많은 학습용어들은 한꺼번에 순화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장기 연구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교과서를 집필할 때 일본어 투 한자어나 외래어의 순화지침이 딱히 없었다”며 “교육과정 개정에 맞춰 국어를 품격있게 사용한 질 높은 교과서를 개발하고자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다음달 정책연구가 완료되면 토론회 등을 거쳐 순화어 목록을 확정하고, 이를 교과서 집필 때 활용할 수 있는 ‘편수자료’에 포함할 계획이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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