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노벨상의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이 신작 ‘초혼’과 함께 동명의 새 시집을 내놓았다.
시인은 글로 굿을 한다. 말 그대로 초혼 굿이다. 그가 호명(呼名)하는 이름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다. 20년 넘게 30권짜리 연작시로 내놓은 그의 대표작 ‘만인보’에 5,600여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나 3년 전 내놓은 ‘무제 시편’ 등에 견주면 63쪽짜리(원고지 130장 분량) 장시는 ‘초혼’은 소품인 셈이다.
이외에도 102편의 시가 수록됐다. ‘나는 8·15였다/나는 6·25였다/나는 4·19 가야산중이었다 … 나는 무엇이었다 무엇이었다 무엇이 아니었다//이제 나는 도로 0이다 피투성이 0의 앞과 0의 뒤 사이 여기’(‘자화상에 대하여’)처럼 고은의 시는 곧 이 땅의 역사다. 1만3,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