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공공부문 파업에 관한 단상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 전공
복지부동 보여온 공공 서비스
국민 위한 효율성 제고 불가피
勞政 서로의 '굴복' 강요 말고
공감할 만한 대안 도출 노력을

권혁 부산대 법학대학원 교수


공공 부문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에 이어 병원, 철도, 그리고 지하철까지 파업의 대열에 참여했다. 국민의 재산과 건강·안전과 직결된 영역이다. 노동조합도, 정부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가 문제다. 대체인력의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차량 검수 등 안전 문제는 더 우려스럽다. 물류 대란 얘기까지 나온다. 희한하다. 정작 국민들은 담담해 보인다. 결연한 노조나 단호한 정부는 물론이고 호들갑 떠는 언론까지도 머쓱해할 정도다. 이번 파업사태에서 노사정 그 누구도 국민을 등에 업기는 틀린 듯싶다.

‘성과급 연봉제’. 이번 파업의 주된 쟁점이다. 사실 ‘일 잘하는’ 근로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 이 단순한 원칙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거북할 수는 있다. ‘근로시간 도그마’ 때문이다. 지금껏 임금은 근로시간의 ‘양’이 결정했다. 4시간 일하면 4시간 치, 10시간 일하면 10시간 치 임금이 지급된다. 근로의 ‘질’은 따질 필요 없었다. 단순 직공을 염두에 둔 체계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근로의 ‘양’ 못지않게 ‘질’도 중요하다. ‘어떻게’ 일을 했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근로시간 도그마와의 작별을 고할 때가 된 셈이다.

물론 경쟁과 효율만이 ‘정답’일 수는 없다. 직장은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다. 직장에서의 행복도 중요한 시대다. 과도한 성과경쟁은 직장을 피폐하게 만든다. 여유를 가지고 서로 어울리고 단합하는 것이 ‘성과의 원천’이요, 경쟁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언컨대 내부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조직이 성공한 예는 없다. 특히 공공기관은 이윤창출을 지상과제로 하는 사기업이 아니다. 사회의 행복과 안전을 도모하는 기본설비요, 토대다. 때로는 흑자를 거둔 공공기관보다, 적자를 낸 공공기관의 성과가 더 높이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얼마나 충실하게 국민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했는가 여부가 관건이다.


이렇듯 공공성은 ‘무한경쟁시스템’과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공공성이 ‘방만함’과 ‘나태함’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공공서비스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더 촘촘해져야 하고 더 창의적이어야 한다. 민간 못지않게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이것을 외면하면 대주주인 국민이 먼저 돌아선다. 큰 방향은 분명하다. 공공 부문에서도 성과와 효율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해명돼야 한다. 방만함을 옹호하는 성과지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듯이, 자의적이거나 노동조합 혐오를 부추기는 평가지표 역시 허용될 수 없다. 노사가 기꺼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정부 당국에 당부하고 싶다. 제발 ‘획일적’ 기준을 가지고 노동조합에 ‘굴복’을 강요하지 말았으면 한다. 될 일도 망치기 딱 십상이다. 경쟁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다. 명분도 세워주고 고충도 공감하면서, 노동조합의 ‘자발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노동계도 부디 용기를 내줬으면 한다. 대안의 제시 없는 반대는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호봉제든 뭐든 알아서 할 테니 아무도 간섭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라는 식이어서도 안 된다. 자칫하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노조의 파업도 정부의 대응도 모두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진짜 국민을 위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 노사정이 화해하고 서로 격려하는 모습. 바로 그런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138개국 중 135위.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6년 한국의 노사협력 부문 평가 결과다. 그 순위만큼이나 지금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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