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흥철(오른쪽)이 9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아내, 아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KPGA
‘국내파’ 주흥철(35·비스타케이호텔그룹)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최경주(46·SK텔레콤)와 김시우(21·CJ대한통운)를 누르고 시즌 2승을 올렸다. 최종 라운드 기권을 생각할 정도의 어깨 통증을 안고 투혼으로 따낸 우승이라 더 값졌다.
주흥철은 9일 경기 용인의 88CC(파71·6,766야드)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5억원)에서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최경주와 같은 조 대결에서도 주눅 들지 않은 주흥철은 우승상금 1억원 가운데 일부를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쓰겠다고 밝혀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았던 아들을 둔 주흥철은 “아들과 같은 병을 겪는 아이들을 도와야겠다고 2년 전 데뷔 첫 승 때부터 생각해왔다”고 설명했다.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서 1타 차 정상에 올랐던 주흥철은 한 달 만에 역시 1타 차로 승수를 추가하며 시즌 2승,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시즌 2승은 상금 선두 최진호(32·현대제철)에 이은 두 번째다. 4억2,300만원을 번 최진호는 PGA 2부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 응시하느라 이 대회를 걸렀다. 우승상금 1억원을 보태 상금랭킹 9위에서 5위(2억5,000만원)로 올라선 주흥철은 “다승왕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최종성적
주흥철은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 4라운드를 출발해 버디 7개에 더블 보기 1개로 5타를 줄였다. 3라운드 중 무리한 스윙으로 어깨를 다쳐 오른팔이 정상적으로 올라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8번홀(파4) 칩인 버디 등 전반에 버디만 4개를 잡으며 우승권에 진입한 주흥철은 이후 13~15번홀 세 홀 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편안한 우승을 예고했다. 두 홀을 남기고 2위 그룹과의 격차를 3타로 벌려놓았다. 대회장에 심상찮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17번홀(파4)에서였다. 갤러리의 휴대전화 카메라 소리 탓인지 주흥철의 티샷이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사라지면서 더블 보기가 나왔다. 1·2위간 격차는 순식간에 1타로 좁혀졌고 앞 조의 2위 김시우가 18번홀(파4)에서 1.5m 버디 퍼트를 남겨 경기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김시우의 퍼트가 홀 왼쪽을 훑고 나왔고 이후 주흥철이 1m 파 퍼트를 놓치지 않으면서 주흥철은 그제야 홀가분하게 모자를 벗었다.
올 시즌 한국인 최연소 PGA 투어 우승 기록을 쓰고 국내 팬들과 만난 김시우는 문도엽(25)과 함께 1타 차 공동 2위에 올라 이름값을 했다. 1·2라운드에서 티샷 OB를 냈던 13번홀(파5)에서 아이언 티샷으로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로 나선 김시우는 그러나 짧은 파4 홀인 15번홀에서 어프로치 샷 실수로 파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시우는 12일 발표될 PGA 투어 신인왕 투표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회 주최자인 최경주는 9언더파 단독 7위로 마쳤다. 최경주는 “역도 하던 때 이후로 가장 지독하게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며 PGA 투어 새 시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내년 1월12일 하와이에서 시작되는 소니 오픈으로 최경주는 2016-2017시즌에 돌입한다.
/용인=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