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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상거래 대부’로 불렸던 이금룡(65·사진) 코글로닷컴 대표. 그는 지난 1999년 경매 사이트 옥션에 합류해 조그만 벤처를 당시 회원 수 300만명의 국내 대표 인터넷 경매기업으로 키운 정보기술(IT)벤처 1세대 중 한 명이다. 옥션이 미국 e베이에 매각되고 2002년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옥션 신화의 주인공’ 타이틀은 점차 잊혀졌지만 여전히 인터넷 경영의 꿈은 버리지 않았다. 최근 전 세계 박람회 정보 및 거래를 온라인으로 한곳에서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최고 무역 창업국가가 돼야 하고 많은 청년 사업가들이 열정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최근 서울 광화문 청년희망재단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강연에서 “성공의 열쇠는 자신이 몸담은 공간이 아니라 한 분야에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시간의 축적에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이 그토록 원하는 대기업이라는 공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깨닫고 미래에 닥쳐올 변화에 대비해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숙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소질이 있으며 어디에서 가치를 느끼는지 모른다면 공간에 갇힌 불행한 사람”이라며 “꿈 찾기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대기업 인턴 자리를 찾아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법학도 출신인 이 대표도 사회 초년을 남들이 부러워하는 은행에서 시작했다. 은행 사원 생활은 2년을 버티지 못했고 1977년 종합상사맨을 꿈꾸며 삼성물산으로 옮겼다. 삼성몰을 기획·오픈하는 등 그룹 인터넷을 주도할 때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IMF 금융위기 중인 1999년 옥션 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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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시 대기업에서 인터넷 사업은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인터넷기업행을 결심했다”며 “지금 청년들도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6월 타계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 ‘부(富)의 미래’ 등 저서에서 주장한 것처럼 이 대표는 현 정보화 시대에 웹·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실력을 쌓는다면 무궁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관련된 인력들이 필요한 곳, 특히 이제 막 창업한 벤처에 들어가 바닥부터 일을 배우길 권한다”며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는 영업에 도전한다면 더욱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00년 인터넷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ICT 정책을 소홀히 한 탓에 인터넷 강국의 위상이 크게 훼손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과거 이찬진 창업자가 한글과컴퓨터를 세웠던 것처럼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많이 생겨야 ICT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고 청년 일자리와 임금도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다가오는 ‘제4의 물결’은 합리주의와 이성이 결합된 트렌드인 감성이 지배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문학·예술·레저·엔터테인먼트처럼 감정과 창조력을 함께 겸비한 인재들에게 큰 기회가 올 것”이라며 “헬스·뷰티·바이오 및 친환경과 같은 분야에 관심 있다면 감성을 이해하는 노력과 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간에 머무르지 말고 스스로 움직이는 자신만의 자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부족함을 느끼는 분야라면 매일매일 학습을 통해 축적하라”고 조언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