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같은 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사실상 포기하고 상·하원 선거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내 권력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같은 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사실상 포기하고 상·하원 선거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10일(현지시간) AP통신은 라이언 의장이 이날 동료 하원의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지금도, 앞으로도 트럼프를 방어할 생각이 없다며 남은 기간 하원의 다수당을 지키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라이원 의장은 의원들에게 “각자 지역구에서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데 집중하라”며 대선보다는 의원 선거 승리에 전념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전화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그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앞으로 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돕는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와 함께 유세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라이언 의장은 지난 주말 자신의 지역구에서 트럼프와 공동 유세를 할 계획이었으나,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되며 초청 계획을 전격 취소한 바 있다. 라이언 의장은 녹음파일에 대해 “구역질이 난다”며 “트럼프가 이 상황을 진지하게 대처하고, 여성에 대한 더 큰 존중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라이언 의장의 이런 행보는 대선은 사실상 승산이 없고 지금부터라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 승리해 다수당의 지위를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는 자신을 버린 라이언 의장을 향해 트위터에서 “예산과 일자리, 불법 이민 등을 다루는데 시간을 쏟아야지, 공화당 대선후보와 싸우는 데 시간을 낭비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