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한달, 경주 가보니]"쌀쌀해지는데…집 고치러 언제 오는교"

한옥마을 205채 부서졌는데
이제야 복구팀 꾸리고 가동
"8주동안 모두 마무리할 것"
특별재난지역 미지정 내와마을
"집 완파됐는데" 불만 극에 달해
수학여행 취소 숙박업소는 한숨

11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한옥마을에서 경주시와 문화재돌봄사업단의 지원으로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주=장지승기자
11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한옥마을에서 문화재돌봄사업단 소속 장인들이 출입문 지붕의 기와를 교체하고 있다. /경주=장지승기자
“몇 집 했는겨, 우리 집은….”

11일 오후 초로의 할머니 한 분이 경북 경주시 황남동 한옥마을에 있는 임시 ‘고도보존지구 지진피해 복구지원 상황실’ 안으로 고개를 내민 채 넌지시 물어봤다. 전날 또 규모 3.2의 여진이 발생해 내심 복구 작업을 빨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차마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해 에둘러 물어본 것이다.

지난달 12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째. 진앙지와 가까워 주택 피해가 가장 컸던 경주 황남동 한옥마을은 이제 막 복구공사에 들어갔다. 이런저런 절차와 함께 전문팀을 꾸리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린 것이다. 전체 600가구가 넘는 한옥 가운데 205채가 복구 대상으로 20∼30채가량은 기다리지 못해 스스로 지붕을 손봤다. 그간 사흘 작업해서 8채를 복구했는데 이번 주부터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남영 경주시 고도육성팀장은 “일주일에 20∼30채를 목표로 8주 동안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이제는 주민들도 안정을 찾고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전했다.


경주시는 기업 지원을 바탕으로 깨진 기와를 무료로 교체해주고 있다. 전국 각지의 문화재돌봄사업단 전문인력 44명을 파견 받아 인건비도 줄였다. 단순 작업은 해병대 장병이 돕고 있다.

하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날 자비로 지붕을 올리기 시작한 김동식(58)씨는 “집에 조금 금이 갔다고 해서 지난주 100만원(부분 100만원, 반파 450만원, 완파 900만원)을 받았는데 1,000만원을 들여 지붕을 고치고 있다”며 “젊은이들이야 어떻게 하는데 여기 오래 사신 80~90세 되신 분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이웃 걱정부터 했다.

지진의 진앙지와 불과 9.8㎞ 거리에 있는 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마을은 경주 한옥마을에 비해 상황이 더 심각했다. 7가구가 완파되는 피해를 본 이곳은 행정구역이 달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이재민 10명은 한 달째 경로당 신세를 지고 있다. 울주군은 12일 임시주택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주민 김모(68)씨는 “여기저기 이야기해봤는데 다 소용 없었심더”라며 “지지난주 해준다는 이동주택은 아직도 안 왔고 날씨가 쌀쌀해지기 전에 스스로 살 궁리를 해야 하지 않겠능교”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지진 이후 수학여행팀의 발길이 끊긴 경주 숙박업소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이날 찾은 경주 숙박지구는 적막감마저 감돌 정도로 한산했다. 식당과 기념품 가게는 상당수 문을 닫았고 문을 연 곳도 종업원이 손님 대신 테이블을 지키고 있었다. 경주시와 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불국사·석굴암 숙박지구에 위치한 여덟 곳의 유스호스텔과 유스텔·유스타운 등은 지난달 12일 지진 이후 수학여행 예약이 100% 취소됐고 여진이 이어지면서 추가 예약도 끊겼다. 이에 인건비 부담으로 학생 교육, 주방·청소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가족들이 동원돼 숙박업소를 근근이 운영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이모 실장은 “‘경주=지진’ 이미지 때문에 경주가 아예 초등학교 수학여행 코스에서 제외되지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지진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수억원의 은행 대출까지 떠안고 있는 유스호스텔 업계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이날 지진이 발생한 경주 지역 유스호스텔 등 숙박시설을 안전점검한 결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경주·울산=장지승·손성락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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