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休] '바다 금강'에 홀려…'섬 속의 섬' 노닐다

경남 거제
전설 깃든 사자·병풍·촛대·두꺼비바위...
아슬아슬한 유람선 타고 해금강 한바퀴
'자연·인공의 조화' 외도선 색다른 경험
일본군 주둔 흔적 '지심도' 트레킹은 덤

해금강유람선 선착장에서 본 해금강의 모습. 관광객을 나르는 유람선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더 멋있는 뒤쪽은 배를 타야만 볼 수 있다.
해금강의 상징이기도 한 사자바위(왼쪽) 모습. 3월과 10월이면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해금강, 외도, 지심도…. 거제도에 있는 섬들이다. 섬 속의 섬이라면 보통 제주도를 생각하지만 거제도에는 더 많은 섬들이 있다. 다도해가 시작되는 곳이 거제도다. 거제도 곳곳에 놓여진 선착장에서 ‘잠시’ 배를 타면 이들 섬에 도달한다. 번잡한 육지와는 또 다른 맛이다. 본섬이 자동차 맞춤이라면 이들 딸린 섬들은 걷기 친화적이다. 최근 조선 경기 불황과 콜레라로 한동안 시름에 겨웠다. 하지만 그 자연이 어디로 가겠나. 거제도는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바다의 금강산’ 해금강=거제에서 가장 유명한 섬은 해금강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국내 관광 활성화를 이야기하면서 이 섬을 사례로 언급한 후 관광객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후문이다. ‘해금강’을 처음 듣는 사람은 ‘강’ ‘하천’ 같은 것을 상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해~금강’이라고 읽어야 한다. ‘금강산’ 같은 절경이 바다에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육지 쪽 전망대에서 관찰하는 해금강도 멋있다. 하지만 그래도 참맛을 느끼려면 유람선을 타는 것이 좋다. 진짜 해금강 모습은 육지 반대편인 동쪽에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파도에 주로 깎인 곳이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해금강 부근은 분주하다. 도장포·해금강·구조라·장승포·와현·다대 등 무려 여섯 곳에서 유람선이 뜬다. 가장 가까운 남부면 갈곶리 해금강유람선 선착장은 해금강에서 600m 거리다.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곧장 사자바위를 향해 나아간다. 사자바위는 명칭 그대로 사자의 모습이다. 이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로 연출되는 일출은 애국가가 나오는 방송의 한 장면으로도 유명하다. 4월과 10월에만 그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병풍바위·촛대바위·두꺼비바위 등 해금강의 바위들은 각각의 이름과 전설을 갖고 있다. 그만큼 수려하고 아기자기하다. 십자동굴을 빼놓을 수 없는데 섬 안 깊숙이 들어온 바닷물이 십(十)자의 물길을 만든다. 바위를 피해 가는 유람선이 아슬아슬하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 외도=거제시 일운면에는 두 개의 섬이 있는데 내도와 외도다. 이 중 외도는 섬 전체가 인공적인 정원인 해상공원이다. 외도도 원래 10여 가구가 모여 살던 남해안의 그저 그런 섬들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40년 전 이 섬을 사들인 한 사람이 평생을 걸쳐 관광지로 가꾸었다. 사연은 이렇다. 1969년 부부가 바다낚시를 왔다가 태풍을 만나 우연히 외도에서 하룻밤을 묶었다. 이들은 외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땅을 샀다. 조금씩 사모으다가 결국은 섬 전체를 소유하게 됐다.

당시 섬에는 전기도 전화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부부가 섬을 식물원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1995년 4월15일 ‘외도 해상농원’이라는 이름으로 섬을 공개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 관광지가 됐다. 2005년 이름을 ‘외도 보타니아’로 바꿨다.

섬에는 800종이 넘는 아열대 식물과 조각공원, 유럽풍 정원 등 다양한 테마가 어우러져 있다. 섬 방문객만 연평균 100만명 이상이다. 유람선을 타기 전 식별번호표를 나눠주는데 외도에서 재승선할 때 보여줘야 한다. 즉 타고 들어온 유람선에 승선해야만 원래의 선착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 외도에서 머무는 시간이 1시간여에 불과한 것이 아쉽다.

지심도의 옛 일본군 전등소장 사택 건물이 지금은 풍광좋은 카페로 재활용되고 있다.
◇ ‘역사를 걷다’ 지심도=지심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양새가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역시 일운면에 속한다. 해금강이 사람의 손때가 타지 않은 자연이고 외도는 인공으로 조성된 테마파크라면 지심도는 사람들의 방문에도 여전히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

지심도에서는 뜻밖에 ‘역사’를 만난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이 섬을 군사기지로 이용하면서 대규모 시설을 축조한 것이다. 섬 안에는 포진지·탄약고·방향지시석 등 일본군 주둔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역사 체험장이기도 한 셈이다. 일본군 전등소장(조명등 관리부대장)의 사택 건물은 지금은 카페로 재활용되고 있다.

지심도의 또 다른 자랑은 동백나무다. 후박나무·소나무 등 37종의 식물이 있는데 70% 이상이 동백나무다. 특히 3월 붉은 동백꽃이 깔린 길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절경이라고 한다. /글·사진(거제)=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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