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88조4,000억원으로 8월보다 6조1,000억원(한국주택금융공사 정책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었다. 이는 한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9월 기준으로 지난해(6조2,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9월 평균 증가액(1조6,000억원)에 비하면 네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정부가 대출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집단대출 보증비율을 낮추는 등 잇따라 억제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한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분할상환 비중 확대 △차주(대출받는 사람)별 소득심사 강화 △HUG의 집단대출 보증 한도와 건수 제한 등 가계부채 억제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8·25 대책’에서는 HUG가 보증해주는 집단대출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췄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견조한 주택거래, 꾸준한 집단대출 취급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1,056가구로 전년 대비 23.0%(2,2067가구) 늘었다.
실제로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7조9,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조원)보다는 줄었지만 2010∼2014년 평균인 1조9,000억원의 2.8배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 대출, 예적금 담보대출 등 기타 대출 잔액은 169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8,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증가폭은 추석 상여금 등 계절적 요인으로 8월보다 축소됐지만 2,000억원이었던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며 “생계비와 주거비 대출 수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대출은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9월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52조7,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1조8,000억원 늘었다. 대기업 대출은 전월 대비 3,000억원 줄어든 164조원, 중소기업 대출은 2조1,000억원 늘어난 58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56조원으로 전월보다 2조2,000억원 증가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