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포 사격훈련한 날 中어선 126척 보란듯 불법조업

정부 강력대응 예고후 첫 훈련
한·중 외교 문제 비화 가능성

13일 해경이 인천시 옹진군 선갑도 인근 해상에서 실시한 사격 훈련에서 해경 경비함의 함포가 불을 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불법조업 중국어선의 공격을 받고 해경 고속단정이 침몰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강력 대응을 예고한 후 첫 해상사격훈련이 개시됐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이날도 100여척 넘게 몰려들어 불법조업에 나섰고 양국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까지 설전을 벌여 서해상에서 한중 간의 물리적·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13일 오후1시부터 2시30분까지 옹진군 선갑도 인근 3.2㎞ 해상에서 함포와 벌컨포를 동원해 사격훈련을 했다. 훈련에는 100·300·500톤급 경비함정 4척과 50톤급 소형경비정 2척이 동원됐다. 경비함정의 함대별로 40mm 함포 20발, 20mm 벌컨포 80발, M60 기관총 40발씩을 해상에 쐈다. 해경은 모의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올라타 선원들을 제압하는 훈련도 벌였다.

해경 관계자는 “오늘 훈련은 최근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 문제와 상관없이 이전부터 계획된 해상종합 훈련”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해경이 난폭한 중국어선 단속을 위해 함포 등 공용화기 사용을 예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해경은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는 ‘책임추궁’보다는 적극적인 임무수행을 독려하고 나섰다.

홍익태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이날 ‘공용화기 사용 세부지침’ 등을 마련하기 위해 5개 지방해경본부장 및 18개 해경서장과 전국 화상 지휘관 회의를 개최했다. 홍 본부장은 “적극적인 업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는 ‘책임추궁’보다는 ‘철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예 해경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홍 본부장은 이날 오전 인천해경 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사고 단정의 모함인 3005함과 중부해경본부 특공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측이 중국의 불법조업에 대해 단호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어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조업을 계속하고 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날 백령·연평도 등 서해5도 북방한계선(NLL) 해역에는 중국어선 126척이 출몰해 불법조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들어 서해5도에서 불법으로 조업한 중국어선은 총 1,698척에 이른다. 해경이 함포사격을 포함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11일 역시 128척이 조업했다.

중국의 불법조업 문제가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전날 우리 정부의 무력사용 방침에 대해 “중국인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과격 행위와 수단을 취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중국 매체들도 이에 가세해 강경 대응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중국은 자국 어선들이 대한민국 영해를 제집 드나들 듯하며 벌이는 불법어로와 주권침해 사태를 엄중히 단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일부 중국 매체가 해경 문제에 대해 어이없는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국제법 정신에도 맞지 않고 한중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중국 정부의 태도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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