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에도 코딩 인력의 다양화를

미국 기술 업계는 백인 남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킴벌리 브라이언트는 지난 2012년 ‘블랙 걸스 코드’를 창립해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 비율을 높이고자 했다. 이 비영리 기구의 목적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여학생들에게 코드 작성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해외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까지 6천여 명의 여성들이 가입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위하여 기부를 한 사람도 많다. 오바마 대통령에서부터 구글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부했다. 올 여름에만 해도 블랙 걸스 코드의 맨해튼 본부 사무실에서 280만 달러를 기부 받았다. 블랙 걸스 코드의 최고 경영자인 브라이언트는 본지에 인종적 다양성 강화의 필요성과 그에 따르는 이득에 대해 말했다.

+현황
명칭: 블랙 걸스 코드
목표: 2040년까지 100만 명의 여성들에게 코딩 교육을 시키는 것
지부 숫자: 전 세계에 13개

기술 업계의 인종적 다양성을 늘리는 것은 왜 중요한가?
우리의 서비스를 받는 학생, 고객, 시장은 인종적으로 다양한 집단이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들이 인종적으로 다양한 집단이 아닐 경우, 기술에는 인종 편견이 들어갈 수 있다. 앱 중에는 백인들만이 개발에 참여한 것이 분명히 있다.

오클랜드에서 일부 주민들은 현지 소셜 네트워크인 ‘넥스트도어’의 지역 안전 섹션에서 인종 차별적인 표현들을 발견하고 이를 문제 삼았다. 그 제품에 그런 표현을 의도적으로 넣은 것은 아닐 것이다. 사용자의 눈에 인종 편견으로 보일 수 있는 표현이 제작 중 무의식적으로 들어갔고, 그것이 다른 인종의 눈에 띄인 것이다.

하지만 그 제품을 만든 회사에는 인종 편견을 막을 수 있는 내부 장치가 없었다.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개발에 참여했더라면 그런 문제를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품에서 그런 인종적 편견을 드러내지 않는 회사는 고용에서도 인종적 다양성을 지킨단 말인가?
고용뿐만 아니라 전 직급에 대한 인원 배치가 그렇다. 중간 관리자, 최고 관리자, 심지어는 창립자 중에도 여성과 유색인종이 끼어 있다. 슬랙, 판도라, 핀터레스트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회사이며, 그 중에서도 핀터레스트는 더욱 높다.

여성과 유색인종을 제작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으면 기업의 제품과 정책, 전략은 좁은 시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나는 여성과 유색인종을 회사의 모든 직급에 배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것은 여성과 유색인종들에게 유인책은 물론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 기술 기업에서는 백인 남성들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가?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의 비율이 높은 학교들은 보통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지역에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런 분야의 공부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때도 그만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학생들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할 경우, 코드와 자바를 대학에서 배워야 한다. 오죽하면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이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충분한 배경을 못 갖춘 사람은 원하는 곳에 가도 자신이 그 곳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결과 학교와 직장에서 여성 인력들의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은 여성, 대학 1~2학년 여성들, 대학 졸업 후 아직 취직하지도 않은 여성들이 이공계를 떠나는 것이다.


그러면 블랙 걸스 코드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HTML, CSS, 자바, 자바스크립트 일부, 파이던의 일부를 가르친다. 모두 로봇공학의 주요 언어들이며, 우리 교육에서 제일 인기 높은 과목들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루비와 스위프트도 가르치고자 한다. 학생들을 위한 수업은 방과 후 및 토요일에 이루어진다. 뉴욕과 워싱턴 D.C.에서는 여름 캠프도 한다.

이 일은 2012년에 시작되었다. 때문에 우리 교육생들 중에 대다수는 아직 학생 신분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생들은 ‘게임 헤즈’, ‘메이크 스쿨’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앱 개발 교육을 받고 있으며, 개발한 앱을 출시하기도 한다.

내 딸 카이는 ‘쉬 2 유’라는 앱을 만들었다. 스포츠 팀의 채용관과 여고생 운동선수들을 연결해 주는 앱이다. 카이는 내가 블랙 걸스 코드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 사람 중의 하나다. 그 아이는 언제나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스탠포드 대학의 여름 게임 디자인 강좌를 듣게 해 주었다. 그런데 그 강좌에는 여학생이 너무 적었고 유색인종은 더욱 적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현실을 바꾸고자 했다.


보지 못한 일은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동의하는가?
감정적으로 그런 말을 내뱉는 것이 정말 싫다. 물론 주변에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직종에 대한 이미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그 길을 선택하기가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신이 보지 못한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혁신가들과 도전자들이 하는 것이 아닌가.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XAVIER HAR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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