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물가설명회에서 최근 소비자물가가 목표치인 2%에 미달한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
한국은행이 가장 ‘안전한’ 선택을 했다.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2.8%로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만 내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과 현대자동차 파업,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 법) 시행 등 악재가 수두룩하지만 국제유가 상승, 세계교역 증가세 등이 성장을 어느 정도 커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카드는 아꼈다. 기존의 연 1.25%로 동결, 4개월째 제자리에 묶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7%로 유지하되 내년은 2.8%로 0.1%포인트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이 수출이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전망에 반영했으나 충분히 반영했다곤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여러 가지 상하방 요인을 균형 있게 고려했기 때문에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이 연간 4억대, 그중에서 국내 생산분은 3,000만대가 안 된다. 생산 측면에서 휴대폰 개수만 보면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산 중단이 삼성의 신뢰도 추락으로 가면 영향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이 높은데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6월 말 현재 1,257조3,000억원에 이르며 금융위원회의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에도 급증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 연준 인사들의 잇단 발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이 총재는 “연내엔 한 번, 내년엔 단언하기 어렵지만 두 번 올리는 것이 적정하다는 게 다수 연준 위원의 시각”이라며 “미국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 오는 2018년까지 금리 인상 스탠스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