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채 전남도교육감 /권욱기자
혹자는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공부를 지긋지긋한 노역으로 여기는 이들이 대다수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만족함을 느끼기 어려운 공부를 어른들은 왜 했고 아이들은 또 왜 해야만 하는 걸까. ‘공부는 왜 하는가(알에이치코리아 펴냄)’라는 책을 낸 장만채(59) 전라남도 교육감은 “공부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책을 출간한 직후 서울경제신문이 장 교육감을 인터뷰했다. 공부는 왜 하는가 /알에이치코리아
서울시청 앞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공계 전공과는 달리 인문학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나름의 교육철학을 풀어내는 장 교육감은 진솔했고 표정 또한 진지했다. “사람은 자립을 해야 하는데 자립하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을 느끼는 거다. 자립해서 사회에 기여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바로 ‘개인적 자립’과 ‘사회에 기여’하는 학생을 키우고 싶다는 의미다. 인터뷰한 날은 장 교육감이 호주 출장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전남에서 서울로, 해외에서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교육감이 왜 책까지 내야 했을까. 그는 “교육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개인적인 호불호를 따지지만 결국은 전체 사회와 국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해야 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장 교육감은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해야 할 일이 그가 공부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래 검사가 공부의 목표라면 검사가 된 후 일부는 방향감을 상실할 수 있다. 검사들의 비리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다. 반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라면 검사가 되고 나서도 ‘꿈’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부패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장 교육감은 현행 대한민국 교육제도에 대해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는 늘 1, 2위를 다툰다. 그만큼 교육열이 높다. 하지만 교육의 질을 판단하는 OECD 교육수준 평가는 최하위”라며 “이는 아이들을 획일화된 틀에 가두고 오직 입시를 목표로 하는 교육을 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 대안은 뭘까. 장 교육감은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독서와 체험을 통해 각자의 개성에 맞는 다양한 진로의 가능성을 찾아 이에 맞게 노력하고 국가와 사회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책에는 이를 위해 전남도교육청이 진행중인 진로교육, 독서토론, 문화예술교육, 체험학습, 무지개교육 등의 정책이 소개돼 있다.
장 교육감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실력’과 ‘인성’이 필요한데 인성을 키우는데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봤다. 인성은 각자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하는 사회성을 말한다. 그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는 소통과 화합의 능력,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권욱기자
장만채 교육감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순천대 재료공학과 조교수를 시작으로 2006년 이 대학 총장까지 올랐다. 이후 2010년 제16대 전남도교육청 교육감 선거에 나서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존경받는 대학 총장이 ‘정치판’ 같은 교육감 선거에 나온 이유에 대해 장 교육감은 이렇게 말했다. “(교수와 총장으로) 학생들에게 어떻게 패기와 열정,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게 해줄 것인가 고민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이들이 사회를 인식하기 시작할 때부터 오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교육감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